구랍27일 명동 대성당에서 박오현 신부님과 함께 김수환 추기경님으로부터 서품을 받은 나는 새 신부의 생활을 꼭 술 취한 사람처럼 매일 매일을 살고 있다. 약간의 두려움도 없지 않았지만 사제의 삶이 이토록 풍요롭고 즐거운 것인지는 미처 몰랐다.
서양 격언에 일생을 가장 멋지게 살려면 신부가 되는 것이 가장 멋진 선택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무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들이기 때문에 너무나 행복스럽기만 하다. 그런데 혹자들은 서품 날 식장에 참석하여 무척이나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하는 반면에、혹자들은 약간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물론 전자와는 의기가 상통하므로 후자에 대하여 생각해 볼 때 재미있는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그날 흘린 나의 눈물이 장부의 값싼 눈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눈물은 나에게는 이루 말 할 수없이 귀한 것이다. 왜냐하면 나의 全 실존을 건 일생일대의 모험이 시작되려하기 때문이었다. 그 눈물은 참 슬픔과 참깨달음 그리고 주님께서 주신 축복의 눈물이었던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너무나도 잘 안다. 그리고 내가 왜 그러한 길들을 걸어 왔는지를 비로소 깨달았다.
가난에의 수치심을 가졌던 나、그리고 인생의 첫 출발에서 너무도 힘겨운 생활을 강요당했던 시절들、그 후에 소명을 받아서 신앙의 굳건한 돛을 달고자 소망했던 때가 이제는 주마등 같이 지나가지만 결코 하나도 버릴 것 없는 시간들이었다. 나는 확신한다. 오늘의 나는 바로 어제의 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새 신부의 복받치는 정열적인 모습을 주위에서 무척이나 걱정들 해주신다. 그러나 나는 어느 신부님의 말씀처럼 서품 날 흘린 눈물을 진정 매일같이 흘리련다. 결코 쉬지 않고 나는 주님의 말씀의 용광로에 재 되어 타버리련다. 물론 나에게도 갈등은 있다. 군인이 먼저냐? 사제가 먼저냐? 하는 물음은 나를 당혹케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주님의 지상명령、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증거 하는 자이기 때문에 나의 신원은 너무도 자명하다.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주님의 종인 새 신부인 것이다. 나에게 닥쳐오는 어려움들일랑 주님께 몽땅 바쳐 드려야겠다. 물론 항상 귀로에 서계시며 성부의 뜻을 따르신 그리스도를 잊을 수 없다. 이번 서품식 때 주신 은혜는 이루다 말할 수 없이 큰 감격과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주님을 찾으려는 현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많은 석학들 군인들 가정주부들 가장들… 그리고 장래 우리 모두의 희망이요 등불인 어린 꼬마들의 좋아하는 모습 속에서 나는 진정 한 알 밀씨가 되어 썩고 싶은 마음을 가져 보게 된다. 군과 교회의 교두보를 놓는 것이요、어찌 보면 분쟁과 몰이해 속에 화평과 이해 그리고 인생의 참 기쁨을 건설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더욱 씩씩하게 더 높이 더 넓게、이 세상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는 새 신부가 되자! 주님 이 모든 은혜 당신 뜻이로소이다. Deo Grat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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