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 마지막 주일은 세계 나병의 날로 지내오고 있다. 그런 구라주일이 금년엔 구정 날에 겹쳤다. 구정 날 우리는 고향을 찾아 성묘도하고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이 있다면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잠을 설치기도 하리라. 그러나 여기 외로운 사람들이 있다. 가고 싶어도 못가는 고향、만나고파도 만날 수 없는 부모 형제 친척들을 생각하며 눈물짓는 고독한사람들이 있는 게다.
이들이 바로 나환자들이다. 남몰래 손수건을 적시며 향수를 달래는 이들 나환자를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지금부터 5년 전 대전 정동본당에 있을 때에 한국은행 대전지점에 근무하는 본당신자인 이명의(제노베파) 양이 나에게『릴리회에 가입 좀 해주세요.』하기에『릴리회가 무엇하는 것인데?』했더니『나환자를 돕는 모임인데 형편대로 조금씩만 해주시면 돼요』하는 것이었다. 즉석에서『그거 좋지』하며 가입했다.
릴리회(Lily會)는 1970년 1월 한국은행 부산지점의 한 아가씨에 의해 탄생했다.
경북 칠곡에 있는 가톨릭 피부과 병원장으로 있으면서 뭇사람들의 멸시와 냉대를 받고 있는 나환자들을 위해 사랑의 봉사를 하고 있는 엠마ㆍ프라이징거를 만나보고 엠마와 같이 이들 나환자들과 함께 생활하지는 못한다 해도 정성어린 사랑의 손길은 펼 수 있다는 갸륵한 마음에서 출발하여 전국으로 번진 것이다.
엠마ㆍ프라이징거(1932년 12월 17일생)는 오스트리아 출생으로 그곳 국립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1961년 4월 24일 우리 한국의 나환자들을 위해 고향을 떠나 말 설고 낯 설은 우리 한국에 온지 어언 18년이 되었다.
현재 엠마는 한국 가톨릭 나사업가 연합회장이며 주한 서독 구라회 대표、전국 릴리회장으로 그를 아는 사람들로부터「천사」라는 일컬음을 받고 있다.
릴리회비는 나환자들의 눈썹이식 수술 손발이 마비된 이들에게 의수족을、그들 자녀들의 교육비로 주로 쓰여지고 있다. 77년 1월 구라주일을 맞아 천안본당 신자들에게 강론을 통해서 나환자들의 형편을 알리고 한 주일의 헌금으로 그칠게 아니라、정기적으로 이들을 돕는 릴리회원이 되자고 역설했더니 여기에 동감하는 많은 신자들이 가입해 주었다. 신자아닌 공무원ㆍ은행원ㆍ공장 여공원ㆍ시장의 부녀회원 등도 많은 호응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77년 2월부터 78년 12월까지 릴리회 엠마 회장에게 송금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본당신자 회원=1백41만5백30원、천안 목자 여중고생=30만6천2백80원、중소 기업은행 천안지점행원=13만7천5백 원、남미햇숀 주식회사 직원=43만7천7백 원、천원군청 직원=9만1천3백 원、기타=24만3천6백 원으로 총합계 2백52만6천9백10원이었다.
특히 놀랍고 고마운 것은 남미 햇숀 주식회사에 근무중인 여공원들의 정성이다. 이들 80여 명은 저임금을 받으면서도 매월 1인당 3백 원 정도 모금해서 전달해주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미 신자들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어떤 예비자 아가씨는 교리를 배우고 있던 중 그의 어머니가 갑자기 이 세상을 떠났는데、17인차 TV 한대를 나환자들에게 보내고 싶다기에 칠곡으로 연락하여 이경우 사무국장에게 직접 전달한 일도 있다. 그런가하면 어느 은행원은 다른 데로 전근가게 되자 송별회를 사양하고 일금 5만원을 나환자들에게 보내달라고 간부에게 부탁하여 전달한분도 있었고 일금 5백 원 지폐를 편지 속에 넣어 많이 할 수 없는 처지인 바, 성의로 보낸다고 알뜰한 마음의 성금을 보내준 아가씨도 있었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곧 내게 해준 것이다」(마태오25ㆍ40)하시는 주님의 말씀 따라、특히 외롭고 고독한 나환자들에게 각별한 관심과 사랑의 손길을 전해주어야 하겠다.
1월 마지막 주일 구라주일의 한번 헌금으로 그칠게 아니라 담배 한 갑ㆍ차 한 잔 값을 아껴서 정기적으로 나환자들을 돕는 릴리회원의 수가 우리 신자들 간에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갔으면 싶다. 크리스찬의 사랑이 무엇인가를 이들 나환자들에게 보여주었으면 싶다. 릴리회원으로의 가입을 희망하시는 분은 아래 주소로 연락하면 친절하게 모든 것을 알려 줄 것 이다.
630~51 경북 칠곡군 칠곡면 읍내동 1140 릴리회장 엠마ㆍ프라이징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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