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후련하도록 쭉 뻗어나간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려보는 것도 그렇고 울창한 숲처럼 하늘을 향하여 치솟은 고층건물과 몰라보게 변해버린 서울거리는 어느 곳을 가보아도 남편이 학교 다닐 때 보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는지 남편은 그저 감탄사만 연발했읍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서울여행에서 가장 보람이 있었던 것은 많은 친구분들로 부터 환대를 받고 즐거운 시간을 가진 일이며 신대방동 의용촌에 들려 이제까지 투병생활에서 몰랐던 사실들을 그들로부터 많이 듣고 배울 수 있었던 점 들이었읍니다.
하지만 국가유공자로서 어딘지 모르게 자신감 있고 도도하기까지 한 그들로부터 어떤 이질감 같은 처량한 자격지심에 남편의 마음은 결코 유쾌할 수가 없었으며 어떻게 알았는지 남편이 원호대상자가 못 되었다는 것을 안 그들은 몹시 동정의 눈빛을 보내면서
『지금 당장 원호청으로 쫓아가서 원호청장을 붙들고 하소연 해봐요. 군에서 복무하다 이렇게 되었는데 왜 혜택을 못 받습니까?』
하며 남편을 다그치다시피 하기도하였는데 그럴수록 남편은 더욱 침통해 하면서 풀이 죽어 힘없이 저에게 말을 했읍니다.
『율리아 미안해 당신 고생하는거 생각하면 그 사람들 말대로 내가 무슨 짓이라도 해서 원호대상자가 되도록 해야겠지만 나는 참으로 내양심상 용기가 나지를 않으니…주구보다 당신한테 부끄럽고 미안할 뿐이요』
『여보 이제 그런거 생각하지 말고 살기로 해요. 그저 당신하고 저하고 밥 굶지 않고 우리자력으로 살아가면 되는 거예요. 자신을 가지세요. 당신에게 내려진 행정적인 처벌이 커서 그런거지 당신이 결코 범죄행위를 하다 그렇게 된 것은 아니잖아요. 우리의 용촌에 오지말걸 그랬나 봐요. 괜히 와서 당신 마음만 상하시고…』
남편의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니 저는 의용촌에 온 것이 그렇게 후회스러울 수가 없었읍니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슬프고 마음 아프게 만드는 것은 택시였읍니다.
홍수처럼 밀려가고 밀려오는 수많은 차량의 행렬 그 많은 차량 속에서 간신히 불러 세우면 운전석에 버티고 앉아 무엇이 그렇게 불만스러운지 가재 눈을 뜨고 차창으로 우리일행을 훑어본 운전사는 휠체어를 실을 수 없다고 그냥 휙 미끄러지듯 달아나 버리는 데는 세상인심이 메말라 버린 것만 같아 말할 수 없는 허탈감과 자신의 서글픔에 모처럼의 여행기분을 우울하게 만들어 주곤 하였으며 이때처럼 자가용을 타고오가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읍니다.
부럽다는 것은 그네들의 호화로운 생활이아니라 우리와 같은 불편이나 제약 없이 차를 타고 다닌다는 것이 부러울 뿐 이었읍니다.
그 덕택에 텔레비전 화면에서나 볼 수 있었던 지하철을 타보기도 하였지만 지하도를 오르내리는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읍니다.
태워주지 않는 택시를 타는 것보다 차라리 누가 태워준다 안 태워준다 하고 시비를 하는 사람도 없는 지하철을 타는 편이 훨씬 마음 편할 것 같아서였는데 몇 십 계단이나 되는 길을 오르고 내릴 때 지나가는 젊은 청년들의 부축을 받아야 하는 것도 역시 못할 일 이었읍니다.
그래서 이래저래 남편에게는 불편하고 고달픈 여행이 아닐 수 없었읍니다.
서울 여행길에는 대자 대녀들이 많이 수고를 해주었읍니다.
여행길에는 남편의 대자인 윤 미카엘 군이 보살펴 주었고 가게는 송 이사벨라와 김 세노비아、그리고 마음이 착해서 먹던 밥도 빼앗기겠다는 마음씨고운 조카딸 순임이가 맡아서 보아 주었읍니다. 미카엘은 본가에서도 외아들인 것 처럼 남편에게도 유일한 대자로서 성품이 온후하고 성실한 청년 이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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