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 대녀、비록 혈육을 나눈 아들 딸 들은 아닐지라도 그보다 더 크고 높은 차원에서 신앙으로 부모자식 관계를 맺은 저희들로서는 진정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연연한 정을 금할 수가 없었읍니다. 부끄럽게도 미숙한 저에게는 대녀가 벌써 열손가락을 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성당 사무장으로 일하면서 이것저것 저를 도와주는 세노비아와 성격이 차분하고 부지런하기 때문에 우리가 가게를 비우고 어디를 갈 때에는 마음 놓고 가게 일을 부탁하고 가는 이사벨라、그런가하면 조그만 키에 너무도 깜찍스럽고 예쁘게 생겨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올해 여고를 갓 나온 세시리아와 교육자 가정의 외동딸로서 언제나 쾌활하고 명랑한 성격에 남을 미워할 줄 모르는 말가리다는 참으로 더욱 정이 가는 대녀들인 것입니다.
그밖에도 지극한 마음으로 남편을 도와주고 있는 송 아오스딩、육 클레멘스、송 글라우드 그리고 메레사 아녜스、에스텔 등등…성당에 다니는 청년들이 고맙기만 했읍니다.
이들이 있기에 남편이나 저는 외롭지 않고 이들을 만나면 반갑고 같이 있으면 가슴이 뿌듯해 옴을 느낄 수가 있으며 5월8일 어버이날 우리의 가슴에 빨간 카네이숀 꽃을 달아주는 이들이 있기에 그날이 결코 서글프지 않고 우리도 어버이의「기쁨을 맛 볼 수 있었읍니다. 이렇게 남다른 정을 가지고 친절하게 지내는 저희들을 보고 방학 때 본당에 와계시던 어느 부제님은 『대부모와 대자녀가 혈육같이 정답게 지내는 것을 나는 금산에 와서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아요. 우리 가톨릭 신자들 모두가 이처럼 신앙과 사랑으로 맺어진다면 얼마나 좋겠어요』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읍니다.
저는「나의 대녀들 중에 수녀가 되는 사람이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약 수녀가 되는 대녀가 있다면 나의 힘닿는데 까지 보살펴 주리라」고 생각하고 기도를 바치고 있읍니다.
그러나 아직은 불행하게도 저의 뜻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만약 주님의 뜻이라면 언젠가는 저의 이 조그만 뜻을 이루게 해주실 것으로 믿고 열심히 기도해볼 작정입니다.
금년은 저희 집 귀염둥이 첫딸 요심이가 국민학교에 입학을 했읍니다.
시동생은 아들하나에 딸이 셋이 있는데 첫째 딸 요심이가 벌써 커서 학교에 입학한 것입니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하나도 없던 집에 책가방을 메고 학교를 왔다갔다 하는 것이 어찌나 귀엽고 신기해 보였는지 남편은 요심이가 학교를 가면 멀리 안 보일 때까지 목을 길게 느리고 그 뒷모습을 지켜보며 즐거워 하였읍니다.
위로 딸이 셋이고 넷째가 아들인데 딸이 셋이나 되어도 키우는 데는 딸이 더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했읍니다 저도 그렇지만 남편은 하루라도 이 아이들을 안보면 보고 싶어 못견뎌하며 지금까지 계집애 소리 한번 안하고 항상 이놈 이놈 하면서 사랑스러워 하는 것이었읍니다 우리는 이 아이들이 비록 조카들이라고는 하나 처음부터 제가 낳은 친자식들같이 생각했고 그 아이들 역시 우리를 친부모같이 따랐읍니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를 부를 때는 꼭 엄마아빠라 부르고 있으며 결코 큰엄마 큰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읍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심각한 일이 생겼읍니다.
그동안 동네사람들에게『나는요 우리 가게엄마가 낳았는데요、가게 엄마는 가게 보느라고 바빠서 나를 못 키워 우리 집에 있는 엄마가 키우고 있대요』하고 말하던 올해 8살짜리 요심이가 하루는 무슨 결판이라도 낼 것같이 저를 다그쳤읍니다
『엄마、엄마、진짜로 말해줘봐. 나를 정말로 누가 낳았어. 가게엄마가 난거야 집에 엄마가 난거야 응?』
저는 요심이로부터 이 말을 듣는 순간「아차」하는 생각이 저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읍니다.
자식이 없는 우리인지라 지나친 욕심인지는 몰라도 조카들을 친자식처럼 키워 보고픈 욕심으로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를 엄마아빠라 부르게 했고 시동생이나 동서도 그렇게 가르쳐 왔던것이 동네꼬마들이 너는 왜 엄마 아빠가 두개냐고 놀려대는 바람에 그 어린것의 머리속에 혼동이와서 확실한 사실을 캐보고 싶었던 것이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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