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교회 안에 갖가지 행사가 있지만 그중에서「출판물 보급주일」이 가장 가볍게 여겨지고 지나가지 않나 생각된다. 얼핏 생각하기에 책이야 사람들이 늘 읽는 것이겠거니 싶어 출판물 보급 운동에서 별로 새삼스런 자극을 받지 않는 것 같다. 또 이 캠페인은 결국 주머니 돈 이라도 돈을 쓰라는 권고인 셈이기 때문인지 예년에 교회 내 각 출판사에서 가톨릭 출판물들을 가지고 각 본당에 나가 교회마당에 벌여놓고 파는 일이 있었는데 신자들의 반응이 지극히 미온적인 편이었다. 그저 한낱 장사속이려니 생각하고 지나치는 것이 많은 신자들의 속마음이기 때문에 그런 한산한 풍경이 되었을 것이다.
심지어는 본당 신부들 중에도 그 본당 돈이 외부로 흘러나가는 것으로 생각되는지 또 교회출판물의 중요성을 자칫 소홀히 여기고 있는지 출판물 보급주일 강론에서 신자들에게 교회출판물을 구독하라는 성의 있는 권고를 별로 하지 않고 마는 사례들도 많이 나타난다. 그래서 금년에는 교회 내 출판사들이 출판물 보급주일 당일에 각 본당에 책 팔러 나가는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고 한다. 예사로운 장삿군처럼 냉담한 대접을 받기가 면구스러워서일 것이다.
교회 출판물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기 이전에 우선 일반사회 독서가의 동향을 살펴보자. 뭐니뭐니해도 우리나라 경제사정이 향상된 것이 사실인지 또는 문화국민으로서의 의식 수준이 향상된 것인지 도시 중심가 서점에는 젊은 층을 주로 하여 손님들이 꽉 들어차있다. 또 도시변두리 지대에도 전에는 없던 서점들이 여기 저기 생겨나 있는 것을 우리는 실제로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요즈음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보다 책을 많이 읽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가톨릭 신자들도 이처럼 늘어나는 독서인구 속의 일부이다. 그러니 가톨릭신자들도 전보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이론이 설 수 있다. 그러던 우리 신자들이 과연 무슨 책을 읽을까?
가톨릭 신자수가 몇 년 전에는 7ㆍ80만 명 이었는데 이제 백만명을 넘어섰다니까 그 비례에 따르는 신자 독서율의 상대적 증가는 인정할 수 있겠지만、뚜렷하게 수적 질적 증가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 가톨릭 출판계의 공론이다.
한국 가톨릭교회 안에 오래전부터 4면 모두 영세성을 면하지 못했고、3천부를 인쇄해서 6개월쯤 걸려 초판이 다 팔리는 정도면 잘 팔리는 책、이른바 베스트셀러로 여기게 된다고 한다. 이것은 일반 시중의 베스트셀러 판매수준에 비교가 되지 못하는 침체성을 말해준다.
물론 교회출판물은 시중의 베스트셀러처럼 선풍을 일으킬 만큼 감각적인 것이 될 수 없는 것이지만、신앙생활을 하는 우리야말로 시중의 맹목적이고 선정적인 출판경향에 대해 분별의 눈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진정으로 우리의 마음에 평화를 주고、우리에게 진실 된 세계관을 주고 우리의 영혼을 구원해줄 책 또는 정기 간행물은 교회 출판계를 통해 보급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비록 선풍적인 판매고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가톨릭 백만 신자의 교세에 미루어 볼 때 교회 출판물 보급률이 현재의 2ㆍ3배 정도로는 향상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불만한 교회 출판물이 없어서 그렇다고도 말하기 힘든다. 아무래도 읽어야 옳을 고전적 가톨릭 신심서를 오늘의 신자들이 얼마나 읽고 있을까? 예를 들면「준주성범」「가톨릭 성인전」「아우구스띠누스의 고백록」「소화 데레사 자서전」「동서의 피안」「한국 천주교회사」이런 책들을 다 읽었을까? 또 현대의 신앙 지침서로서「그리스도 신앙의 어제와 오늘」「제2차 바티깐공의회 문헌집」「사회정의」「떼이야르 드 샤르댕 사상입문」이란 책들은 두루 대해 보았을까?
또 단행본들 뿐 아니고 정기간행물 즉「가톨릭시보」「경향잡지」「사목」「소년」등 이런 신문 잡지들도 읽지 않고서는 이 시대에 있어서 크리스찬들이 걸어갈 길을 수시로 제시받기 힘들다.
가톨릭출판물은 현대의 신간이라 해도 2천년 교회사 전통에 뿌리박은 고전적 권위와 가치를 가지고 우리의 정신을 구언해주며、정기 간행물들은 교회가 제시하는 새롭고 지혜로운 소식을 우리에게 행동지침으로 끊임없이 전달해 주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대해 우리 가톨릭신자 대중이 지극히 둔감해져 있다는 것은 호도 열매를 겉만 핥아먹는 것과 다름없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한 가지 제언하고 싶은 것은「출판물 보급주일」을 명실 공히 독서의 계절인 가을철에 옮겨서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달 그달에 특별헌금 걷는 사정을 가려 아직 추운 2월에 출판물 보급주일을 설치해 놓았다는 것부터가 안이한 시책이다. 교회에서 특별헌금이야 요즘 어차피 매달 몇 번씩 걷는 실정이 아닌가.
또 명분만 좋으면 요즘 특별헌금 한번쯤이 신자들에게 그다지 부담이 되지도 않는다. 헌금을 많이 받아서 공개적으로 교회 내 출판、언론기관들을 지원하여 그 세력이 일반사회 출판ㆍ언론분야에까지 뻗쳐나가게 하는 것이 산 복음화운동이 아니겠는가.
요는 적극적이고 실효 있는「교회 출판물 보급운동」이 되게 하기 위해 교회당국의 다각적인 선처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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