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명문대학 출신의 젊은이가 회사의 구두시험을 보던 중 앞으로 무슨 일을 맡아하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고、집에 가서 어머니하고 상의한 뒤에 결정하겠다는 얘기를 해 관심을 모은 일이 있었다. 현대의 젊은 모범생들은 시키는 대로는 썩 잘하는데、스스로 하는 일은 잘못함을 꼬집는 예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
일본의 저명한 소설가이자 국회이원인「이시하라 신타로오」(石原愼太郞)씨가 쓴「스파르타교육」이란 책에 보면 아주 재미있는 항목들이 많다. 몇 가지를 훑어보면「개구장이로 길러라」「물건 부수는 것을 막지 말라」「버스를 타면 서있으라고 가르쳐라」「숙제를 못해도 결코 도와주지 말라」「비가 쏟아져도 마중가지 말라」등 퍽 흥미 있고 유익한 얘기들이 담겨져 있다. 저자는 그 글을 통해서、어버이들은 자녀들에 대한 그들의 책임 이행을 물질을 위주로 잘 꾸려가고 있다고 착각함으로써 아이들은 보기에도 딱한 나약하고 무서운 존재가 될 수밖에 없음을 통렬히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나 자신 그런 꾸중을 마땅히 들어야만 할 아홉살과 여덟살 두 아들의 아버지임을 솔직히 밝혀야만 하겠다.
첫째 아이의 출산직전에는 어질고 건강하고 등을、둘째 아이 때는 아름답고 총명하고 등을 천주님께 열심히 기구를 바쳤다. 다행히 천주님께서는 그런 소원을 다 들어주셔서 별 탈 없이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그리고 내 딴에는 자녀들에 관한 관심을 비교적 많이 두어 자상하면서도 공명정대한 아버지상을 확립하려고 애도 써보았다 삼부자 박수라는 것을 만들어 두 아들과 함께 스크람을 짜고 박수를 치며 일체감을 조성도 해보았고 무슨 서부영화의 주인공들이고 남자끼리의 약속을 강조하기도 했었다. 어린이날 선물로는 돈을 주고 마련하는 선물대신에 아빠가 글 짓고 엄마가 글 쓴 액자를 만들어서 선물하기도 했었다. 그리고는 우리 아들들만은 훌륭하게 자라고 있다고 스스로 자위도 해 본 것이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 생각해보면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 많은 것이다. 어질고 착한 반면에 너무 용기가 없고 나약하고 인내력이 없으며 야무지고 총명한 반면에 구슬치기해서 딴 돈으로 살림에 보태겠다는 극성스런 아들이 출현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공부 열심히 해라」「TV를 너무 보지 말아라」「밖에 너무 나가 놀지 말아라」등 타령에 아직까지는 반발하는 것 같아보이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그 점도 각오해야 할 판이다.
어느 국민학교 교사가 고학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학부형들은 습관적이라고 할 만큼 많은 금지적 지시를 함으로써 어린이들의 반응이 둔화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또 그 조사 중에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하지 말아라 하면서 과연 어른들은 얼마나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잘못 지키고 있다」가 15.3% 「어린이들 보다 못하다」가 8.3%로 나타나고 있음을 볼 때 정신 차려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나는 것이다. 「자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버이가 되시요」하시던 어느 노 신부님의 말씀이 저절로 상기되는 순간인 것이다. 이쯤 반성의 기회를 가져보아도 또 하나 빠진 것이 있다. 주일학교에 나갈 생각을 안 하는 아들 들에게 간곡히 출석을 독려하는 일이다. 그래야 나도 출생 때부터의 숙원인 복사 아들 두는 소원을 달성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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