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저는 요심이의 갑작스런 질문에 선뜻 대답을 못하고 집에 가서 엄마아빠에게 물어보라는 말로 얼버무리고 말았읍니다.
이제까지 저를 친 엄마로 생각하고 따르던 아이에게 어떤 실망을 주고 싶지가 않았고、저 또한 그런 관계를 언제까지고 유지시켜 보고 싶은 심정이었기 때문이었읍니다.
그러니까 몇 년 전 요심이가 갓 태어나 며칠 안 되는 아기 때 였읍니다.
어찌나 보고 싶어 하는 남편의 성화에 못 이겨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는 요심이를 동서가 안고 가게로 나왔던 어느 날 밤 잠자리에 들면서 남편은 갑자기 무거운 목소리로 조용히 저에게 말을 했읍니다.
『율리아、당신도 남들처럼 아기를 낳고 싶지. 당신도 여자인데 왜 그런 생각이 없겠어. 꼭 아기를 갖고 싶으면 병원에 가서 인공임신이라도 하면 어떻겠어』
『예? 인공임신을요? 그것 말도 안 돼요 저는 그런거 생각해 본 일도 없고 오직 당신만 있으면 돼요. 더구나 교리에도 어긋나고 교회법에도 위배되는 인공임신 같은 것은 아예 생각할 수도 없는 일예요』
『글쎄 그것 나도 알아 그렇지만 인간적인 면에서는 그럴 수도 있지 않아?』
『어쨌던 저는 싫어요. 당신하고 저하고 하느님 뜻과 말씀에 따라 열심히 살다가 주님께서 부르시는 날 떳떳이 나갈 수만 있으면 되는 거예요. 저는 구태여 자식을 원치 않아요.』
『정말 당신 괴롭지 않아?』
『예 그래요. 조금도 괴롭지 않아요. 저 그런거 괴로워하고 부러워하고 아기 낳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면 왜 제가 당신 같은 사람하고 결혼을 했겠어요. 쓸데없이 괴로워하지 말고 어서 잠이나 푹 주무세요.』
사실 저도 여자입니다. 남편의 말대로 저라고 배 아파 아기 낳아보고 싶은 생각이 없겠으며 방실방실 귀엽게 웃어주는 아기에게 젖을 물려보고 싶은 감정이 어찌 없겠읍니까?.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실을 무시한 하등 가치 없는 이상일 뿐 저에게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일진대 오직 남편의 건강을 지키고 우리의 사랑을 더욱 아름답게 꽃피우며 저에게 주어진 여건 속에서 남편과 더불어 행복하게 열심히 사는 길만이 제가 바라고 걸어야할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읍니다. 그리고 또 내일도 일하는 자는 굶지 않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교훈을 저의 생활신조로 해서 절대로 남에게 폐를 끼치며 사는 인간이 되지 말자고 굳게 다짐하며 열심히 살아갈 것입니다.
「바쁜 꿀벌은 슬퍼할 틈이 없이 행복하다」는 말을 거울삼아 그야말로 뼈를 깍고 피를 말리는 저의 고달픈 생활 속에서도 남편에게 건강을 주시고 일용할 양식과 이만큼이라도 행복을 주시는 하느님께 항상 감사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읍니다.
그렇다고 저에게는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과 같은 돈이 있는 것도 아니며 남편의 조그만 소원인 논 세마지기의 꿈도 이루어주지 못하고 있읍니다.
다만 언제나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괴로움으로 몸부림치며 한스런 세상을 살고 있는 불구의 남편과 오직 살기위한 피 눈물 나는 노력이 있을 뿐입니다.
이제 다시금 제 앞에 그 어떤 절망과 시련이 또 온다 할지라도 저는 결코 울지도 절망하지도 않으렵니다. 그만큼 주님은 저에게 힘과 용기와 슬기를 주실 테니까요.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스도여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끝으로 이글을 끝내기까지 수고를 해주신 가톨릭 시보사 편집부장님과 담당 기자님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오며 음으로 양으로 보살펴주신 본당 김병환 주임 신부님과 김환식(바오로) 대부님 그리고 미천한 저의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전국의 교형자매님들과 독자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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