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활의「알렐루야」를 읊조리기 위해서 먼저 십자가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그런데 십자가의 길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우리는 머리에 재를 얹읍니다. 「사람아!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라!」
이것은 곧 인생무상의 외침입니다.
이것은 곧 오늘 우리인간 부조리의 절규입니다. 석가세존(釋迦世尊)께서도 인생의 무상에서 불도를 깨우치지 않았읍니까 영원한 행복과 영원한 삶을 추구하는 인간이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운명! 이것이야 말로 인간에게 가장 큰 불행이요 부조리요 무상의 요인이 아니고 무엇 이겠읍니까?
어찌하여 우리는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허무한 존재가 되었읍니까? 어찌하여 우리는 눈물과 비참 속에서 부조리의 주인공이 되어야 했읍니까?
그것은 진리를 잃었고 사랑을 잃었고 드디어는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길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고아들의 신세를 생각해봅시다. 그들의 불행은 한마디로 사랑과 행복을 주시는 어버이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운명도 영원한 생명의 길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사랑과 진리의 하느님을 저버렸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저버린 상태는 영영죽음과 불행의 연속입니다.
그런데 한 가닥 희망의 빛이 우리에게 길을 제시 합니다. 그리스도를 통한 새 인간의 길!
인간 부조리와 모든 인간불행에서 인생의 무상에서 우리에게 영원한 희망의 길을 제시하는 십자가의 길!
그것은 먼저 죽는 것입니다「죽어야 산다」는 아이로니칼한 십자가의 교훈입니다. 십자가는 죽음이지만 그 죽음 뒤에는 영원히 사는 길이 열려져 있읍니다. 그러기에 그리스도는 누구든지 나와 같이 영원히 살고 싶다면 나와 같이 죽어야한다고 말씀 하셨읍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죽어야 그리스도와 함께 살 수 있읍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부활의 길목에「사람아 너는 흙으로 돌아가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세네카는 이렇게 말했읍니다.「불행을 참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그것을 끝까지 견디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끝까지 아름답게 보람 속에서 먼저 흙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하느님은 최초에 흙으로 인간을 창조하셨고 이번에는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창조하십니다.
이것이 우리 신앙의 신비입니다. 우리 삶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흙은 가장 흔하고 가치 없는 것이지만 모든 생명의 요람이 되는 가장 중요한 생명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생명이 그 위에서 살아야 하는 흙! 그 흙으로 돌아가면 영원한 생명의 새로운 세상이 전개됩니다. 이것이 우리 삶의 궁극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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