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새벽미사를 다녀와서 평화스런 마음으로 한 잔의 커피를 들면서 조간신문을 읽는다는 것은 퍽 즐거운 일이다. 흐뭇한 인정 미담이나 고무적인 내용의 기사는 읽을 때도 즐겁지만、아침 식탁의 화제가 되어 별로 풍성하지 못한 식단을 다채롭게 꾸며주는 역할도 해준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즐거운 내용보다는 우울한 기사들이 퍽 많다.
우리 같은 처지로서는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엄청난 금액이 든다는 과외수업의 병폐를 다룬 내용이 있는가하면、지도급 인사가 오히려 가정의례 준칙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눈살 찌뿌려 지는 내용도 있다.
서울시내의 차량운행 빈도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세계제일 기록 하나가 처음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국민학교 어린이들의 평균체격이 최근 크게 성장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이 사용하는 책상과 걸상이 20년전에 쓰던 규격 그대로의 작은 것이라는 다분히 충격적인 기사였다.
어린이의 보건문제는 다른 어떤 일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 어린이는 내일의 주인공이란 상부적인 표어를 앞세울 것도 없이 어린이는 곧 우리들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자녀들이 아닌가. 감기 기침 조그마한 상처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우리들 부모가 아닌가.
하루 여덟 시간을 매일같이 옹크리고 앉아있노라면 어린이들의 성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등뼈가 굽고 발육 부진 등등….
나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적은 할 수 없지만 이거야말로 보통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중대한 오류가 단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매년 그 시정이 보류되고 있단다. 이건 또 무슨 착각인가?
길을 파헤치고 아파트를 짓는 일등의 사업에는 예산이 돌아가고、내일의 주인공들이 건강을 상하는 데는 눈길이 미치지를 못한다는 말인가? 다른 사업은 다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문제만은 우선적으로 시정되어야 옳지 않을까?
여기서 생각나는 것이 朝令暮改식의 일관성 없는 시책남발이다. 앞날을 내다보고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거쳐 하나의 시책이 결정되지 못하고 장관이 바뀌면 사람마다의 식견(다 그렇지는 물론 않겠지만)에 따라 수시로 변하고 신설되며 또는 없어지는 갈팡질팡하는 시책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불안에 쫓겨 왔는가?
시카고 중심가 한복판에는 백년이나 된 고색창연한 우체국이 서있는데 현대화된 거리의 기능에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우체국으로서의 구실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적어도 이 건물을 지은 사람들은 백년 앞을 내다본 것이다. 또 62년 프랑스정부는 학계 및 재계의 저명인사 10명에게 위촉하여 경제ㆍ사회ㆍ문화ㆍ교육ㆍ의학ㆍ농업 등 모든 분야에서 20년 후를 진단하는 20년 후의 프랑스의 비젼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소위「1985년 그룹」인 것이다.
이웃나라 臺灣의 BBC방송국에서는 지난해 개국5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50년 후의 中國 靑年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주제의 국제적인 프로그램 콘테스트를 개최함으로써 주변국가 방송인들의 부러움을 산바있다. 앞을 내다보는 것은 현명한 사람들이 현명할 수 있는 최대의 장점이다. 개인이든 당국이든 우리는 앞을 내다보는 지혜를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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