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유에서든지 정든 고향을 떠나고 어렸을 때부터 사귀고 익숙해진 친구와 언어와 문화와 멀리한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신자들의 이민에는 가일층 어려운 문제가 따르기 마련이다. 같은 언어와 풍습에 젖은 동포신자들을 멀리하고 지도자를 떠나서 낯설고 물설은 이역만리에서 잘 통하지 않는 말로 지내는 미사에 참여하고 강론을 들으며 지도를 받게 될 때 아무리 열심한 신자라고 해도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 일수라고 전해진다. 과거 10여 년간 우리나라에서는 언어와 풍습이 전혀 다른 서구와 남북미와 중동지역 등에 많은 동포들이 이주를 하게 되었다. 저들 중에는 시한부로 취업을 하고 있는 동포들도 있지만 국적을 바꾸고 결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교포들이 더욱 많은 편이다.
교회는 외유 중에 있거나 이주한 교포 전체를 돕고 편의를 제공해 주어야 할 사명도 가지고 있지마는 더욱 긴급한 과제는 교포신자들을 돕는 일에 당면하고 있다. 잃어버린 양들과 같은 이민들이 외국에서 목자를 찾고 있으며 저들이 사는 대부분의 현지교회에서는 교포신자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한 나머지 최선을 다하여 도우려고 하지만 한국의 교회 측에서는 해외사목이 급작스런 문제로 대두한 반면에 교구마다의 사제부족 현상과 누적된 일에 여념이 없었던 까닭에 전반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지 못한 실정이었다. 다행히도 많은 대도시에는 한국 신부들이 사목을 맡고 있다.
개중에는 모국어 미사가 필요치 않다고 주장하는 교포들도 다소 있지마는 모국어와 문화를 혈연관계와 민족성과 같이 길이 보존해야 한다고 하는 교포신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미 어떤 지역에서는 성당을 중심으로 어린이들에게 모국어와 한글을 가르치는 학교를 설립하고 있으며 현지 정부에서는 한국민족의 고유문화와 모국어 보존의 중요성을 인식한 나머지 한글학교에 자금까지 주는 것을 보면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톨릭교회가 한국에서 일찍이 한글의 발전에 기여한 바와 같이 현재 외국에서 까지 우리말 보존에 기여한다는 것은 큰 보람이 아닐 수 없다. 후세들이 모국어를 배움으로써 모국의 문화를 이어받고 모국과 조상에 대한 사랑을 간직케 하는 공헌을 하는 교회는 동시에 교회자신의 발전에 예비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포교회에 파견되는 사제들이 할일은 직접적 선교이겠지만 선교의 기반과 배경 역할을 할 수 있는 간접선교를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서 이해해야 함도 중요하다고 본다. 모국어 미사와 성사집행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까지 모국어를 가르쳐야 한다면 후자의 경우는 신자가 아닌 교포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일이기도하다. 경제문제는 대체적으로 해결되었다고 하지만 빵만으로 살 수 없는 교포들이 교양을 쌓고 신앙상의 성장이 요구되는바 고달픈 이민생활 속의 그들에게 도서구입과 문화 활동과 모국으로부터 청강사를 알선하여 교양강좌를 열어주는 일을 담당할 수 있는 일꾼이 요청된다고 본다. 현지의 한인회에서 이상과 같은 과업을 담당해야한다고 하겠지마는 교회는 한인회와 유대를 가지고 보완하는 방향에서 보다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만 역사의 출발단계에서 모국의 언어와 문화 보존에 역점을 두고(이는 현지의 언어와 문화를 흡수하는데 지장을 초래하지 않음)노력을 한다면 모국어미사와 성사집행이 2세ㆍ3세에까지、아니 영구히 지속될 것이며 아울러 친척들과 조국에 대한 사랑이 영구히 보존될 것이다. 우주의 보편적 구원을 지향하는 한국주교단이 이상에 열거한 중요한 이유를 감안하여 제2차「바티깐」공의회의 지시에 따라서(주교들의 교회 사목직에 관한 교령18조) 해외교포들의 사목과 사제파견에 더욱 치밀하고 영속적인 계획을 짜서 이행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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