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TV방송이 처음 시작된 것은 56년 5월 12일 서울 종로에 있던 HLKZ가 개국하면서부터였다.
당시만 해도 수상기를 가진 집이 얼마 되지 않아서 서울역 3ㆍ1공원 등 대중들이 모이는 장소에다 대형 수상기를 설치하고 TV 방송의 매력을 선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5백만대를 훨씬 넘는 수상기가 전국 방방곡곡에 널리 보급되어있는 TV방송은 이렇다 할 가정오락이 없는 우리가정에서 저녁시간만 되면 안방을 독차지하는 매스미디어의 총아가 되었다.
어느 분야에도 문제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 파급적인 효과가 엄청나다는 점에서 식자들에게 심각한 우려를 주는 것이 바로 TV방송의 저질프로와 CF(상업선전용 필름) 공해다.
저질 프로그램이야 많이 규제、조절되고 있어 언젠가는 시청될 것이라 믿어보지만 CF공해는 장사바람이 거세어 그런지 좀처럼 시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에 걱정이 더해진다.
적어도 방송전파를 탔다는 것은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이다. 내보내는 쪽에서는 그럴 의사가 없었다 해도 받는쪽(시청자)의 형편에 따라서는 알게 모르게 큰 타격을 입고 있어 CF공해라는 말이 오래전부터 나도는 것을 당사자들은 알고나 있는지?
최신의 영상기술을 총동원해서、눈이 부실 정도로 다채롭고 호화로운 그림과 선전 문구를 반복해서 보여주는 CF의 퍼레이드 안에 도사린 병폐들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가장 저렴한 ○○료、가장 큰 보장…」. 커튼지 쳐놓고 불에 타지 않는 제품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인삼 한 뿌리가 그대로 들어 있읍니다…」○○텍타의 선전인데、그렇다면 인삼 한 뿌리에 백원 받는 그 회사는 기업이 아니고 자선기관이란 말인가?
어린이를 상품선전의 도구로 삼는다는 것은 방송 윤리규정에서 엄격히 금하고 있는 행위다. 그런데도 CF중에는 아직도 이러한 사례가 일소되지 못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선전에서 어린이가 여자모델과 같이 게걸음 흉내를 내는 장면이 있어 어린이를 상품선전에 이용하고 있는 것도 괘씸한데 게다가 많은 어린이들이 그 흉내를 내고 있으니 어린이들을 바보로 만들 작정인가?
선전문구 중에는 책임소재가 명확치 못한 것이 많다. 「선진국에서는 90% 이상 입고 있는 ○○○○…」「세계를 휩쓴 ○○텔레비전…」「소비자가 뽑은 인기대상 수상의 ○○…」언제 누가 뽑았다는 얘긴가?
여자모델이 상반신을 노출하고 샤워하는 등의 과다노출 CF들도 퍽 많다. 어디 그뿐인가. 생리대 그림이 직접 나오고 월경통 등의 용어가 막 쏟아져 나온다. 점잖아야할 책 광고에는「보겠다는 데야 못 말려、못 말려…」등의 비속한 표현이 판을 친다. 어린이들이 흉내 내면 어쩌려고 ○○화장품 광고에는 불붙은 성냥개비를 높이 던져버리는 장면들이 예사로 나온다.
CF를 많이 넣기 위해 특선영화나 쇼 프로 등이 1부 2부로 나뉘어진다든가、같은 CF를 두 번씩 되풀이해서 보여준다는 등의 CF편성은 혐오감까지 줄 정도이다.
어쨌든 CF를 제작하거나 내보내는 쪽에서도 방송의 사회적 책임과 사명을 깊이 새겨、좀 더 신중하고 분별 있는 태도를 견지해야겠지만 받는 쪽에서도 CF공해를 추방하는 양식과 용기를 지녀야 되지 않을까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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