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시댁일로 승용차가 아닌 기차를 타고 전주에 가게 되었다. 가족들과 가끔씩 다니는 길이지만 그날은 혼자라는 짜릿함과 설레임으로 열차를 탔다.
오후의 열차 안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도 정겨운 시골 아줌마들의 수다도 없는 약간은 지쳐있는 듯한 조용한 분위기가 창밖 풍경을 감상하기엔 아주 좋았다.
차창 밖에 스치는 나뭇잎과 풀잎들의 짓푸름음 여름의 한가운데임을 알 수 있었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은 아니지만, 천둥 번개로 이겨낸 여름하늘은 뭉게구름 조각구름이 떠있어 더욱 좋다.
들녘 늦은 오후에 밭일을 재촉하는 아주머니의 어깨에 삽자루 하나 들쳐 맨 채 되돌아온 모 심어진 논두렁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농부아저씨도 내일의 희망이 있기에 오늘 구슬같은 땀을 흘렸을 것이다.
가끔씩 보여지는 산골 마을들은 너무나 정겨웁고 얼마쯤은 허물어진 담벽에 기대어 서있는 과실나무의 작은 열매들은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를 고추잠자리는 초록의 대지 위에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다. 며칠 전 내린 비에 섬진강은 적당히 넘실거리고 그물 줄기위에 반사된 햇살은 은가루처럼 눈부시고 아름답다.
강가에 있는 크고 작은 돌멩이들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 어릴 적 동네 앞 냇가에 멱감고 놀며 따가운 햇살에 달구어진 돌을 주어 불에 비비고 친구들과 재잘거리던 옛추억들이 떠오른다.
태고의 신비를 안고 버티어 서있는 저 푸른 산과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 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조화에 새삼 머리가 숙여진다. 삶의 모든 시름을 잊고 마치도 자연을 향해 질주하는 하나의 물체가 된 듯 잠시 나는 그 속에 빠져들어 감탄과 평화로움 속에서 문든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을 찬미하며 외마디를 지르고 싶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당신께서는 저희에게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주셨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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