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마지막날, 명동성당에서는 언론과 일반인의 많은 관심을 모았던 두 차례의 행사가 있었다. 오전에는 성골롬반 외방선교회 서로베르토 신부의 장례미사와 추도식이, 오후에는 「SOFA 전면개정을 위한 범종교인대회」가 개최됐다.
전혀 상관관계를 가질 것 같지 않은 두 모임은 그러나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우연을 거치면서 더욱 깊은 의미를 생각하게끔 했다.
장례미사에 이어진 서신부의 추도식은 골롬반회를 비롯 불평등한 SOFA개정 국민행동, 매향리범국민대책위원회와 정의구현사제단, 정의구현전국연합 등 긴급히 소집된 추도위원회가 마련한 자리였다. 서신부를 「민중의 벗」이라 부르길 마다않는 그들은 발병사실을 숨기고 죽는 날까지 SOFA 개정과 매향리폭격장 폐쇄 집회에 빠짐없이 참가해온 그의 정신을 기렸다.
추도식에서 이들은 매월 미대사관 앞 시위에서 당신 조국의 불의에 항거하던, 그리고 죽음을 앞두고 혼수상태에서도 SOFA 개정 뉴스에 귀기울이던 고인의 모습을 기억하며 눈물 지었다.
이 자리에는 그가 지금껏 함께 해온 가난하고 소외된 농민, 노동자, 빈민들 특해 매향리 주민 200여명이 참석해 그의 지난 발자취를 조용히 웅변해주고 있었다.
물론 서신부가 자신의 죽음이 그러한 방식으로 기억되는 것을 원했을까는 그 누구도 짐작할 수 없는 일이나 장례미사, 추도식, 장지와 범종교인대회에 연이어 참석한 이들은 그의 삶을 기억하며 생전의 뜻을 받들어 나갈 것을 다짐했다.
뜨거웠던 한낮의 햇볕이 사라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던 그날 저녁, 명동성당에서는 SOFA 전면개정을 기원하는 수백개의 촛불이 밝혀졌다. 천주교, 기독교, 불교, 원불교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은 신앙인으로서 합당한 실천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SOFA 개정문제에 대해 종교간 벽을 허물고 하나의 마음을 모아 기원했다.
『나는 신부로서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람과 자연을 파괴하고 괴롭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이곳에 왔습니다. 미국은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 한국사람을 괴롭히고 죽이고 있어요』
미국인 서신부의 목소리가 귓전을 스친다. 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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