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分을 지나니 봄기운이 완연하다. 계절의 흐름은 어김이 없어 벌써 남녘땅에서는 철이른 花信이 전해온다. 양지바른 땅위엔 긴 동면에서 깨어난 새싹들이 수줍은 듯 고개를 내민다. 새봄의 味覺들이 겨우내 잃었던 식욕을 한결 돋구어주기도 한다.
겨울을 회색의 계절、죽음의 계절이라고 한다면 확실히 새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약동의 계절이자 희망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만물이 긴 동면에서 깨어나 큰 기지개 켜는 이 약동의 계절 새봄을 맞는 서민들의 마음이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은 것은 왠일일까? 각종 生必品값을 비롯 油類價의 인상 등 물가고 쇽크에 움츠러든 서민들은 계절의 감각마저 잊은 듯 하다. 金剛山도 食後景이라고 했던가-당장의 적자가 계를 메꾸기에도 바쁜 처지에 화사한 봄 소식이 귀에 들어올 수가 있겠는가? ▲당국은 근검 절약으로 물가고 극복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다시 한 번 허리띠를 졸라매자는데 異論을 제기할 사람은 없다. 허지만 당국은 처음부터 서민들의 희생만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것 같다. 보기에 따라서는 서민들의 희생위에 물가안정을 이룩하려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당국은 物價整備 작업에 앞서 봉급 인상선 부터 제안하고 나섰던 것이다. 임금인상과 원가상승 그리고 物價高의 악순환을 막아보자는 계산 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일은 일단 물가정비 작업의 추이를 보고서 단안을 내렸어야할 성질의 것이 아닐까? ▲수요공급에 의한 物價체제의 정비작업만 해도 그렇다. 기업인들의 기업윤리의 확립은 아직도 요원한 느낌이 없지 않다. 매점매석이나 기업 자금에 의한 부동산 투자 등 이윤 추구에만 급급한 기업인들의 자세가 바로 잡히지 않고 있는 현 시점에서 대폭적으로 독과점 품목가격을 自律化 시킬 조처는 아무래도 성급한 처사란 評을 면할 수 없을 것 같다. 걷잡을 수 없는 인상 러시에 뒤늦게 다시 강력한 제제를 가하고나섰으나 이미 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1次 오일 쇼크를 온 국민의 희생과 노력으로 극복한 자랑스런 과거가 있다. 이번의 국제 原油價 인상이나 원자재 값의 앙등은 1次 오일쇼크와 對比될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은 한때의 시행착오를 日可日否할 때가 아니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일에 다시 한 번 온 국민의 힘과 슬기를 모아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선 서민들의 희생만이 아닌、기업인들의 노력과 희생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이러한 때에 가톨릭 기업인의 사명은 실로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그리스도의 사랑과 신앙인으로서의 희생의 참의미를 행동으로 보여줄 때이다. 물질적인 위협을 物質的 방법만으로 극복할 수 없고 나보다는 남을 아낄 줄 아는 정신자세의 확립、즉 사랑의 정신만이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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