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회가 한국에 전래한지 이미 2백년이 다되었다. 즉 1784년 李承熏이 북경에서 영세하고 귀국함으로써 한국에 천주교회신자가 처음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전에 이미 천주교의 교리를 연구하는 모임이 있었다. 그것은 그때 이미 한국에 전래한 天主憲意란 교리서를 입수한 당시의 실학자들이 한곳에 모여서 골똘히 강습한 것이 이승훈으로 하여금 북경에서 입교 전래케 한 근본동기가 된 것이다. 이와 같은 모임이 바로 권철신. 정익전. 이벽 등의 학자들이었고 또 그 장소가 走魚寺였다고 다래의 교회사는 기록하여 왔었다. 그런데 그자에 와서 정다산의 전서 중에서 그 장소가 주어사 근처의 天眞庵이란 것이 밝혀져 이 두 곳이 다 그들의 講學會 장소이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또 이어서 그 주어사와 천진암의 유적터를 끈질긴 노력으로 발견하였고 그 근처의 순교 장소를 포함한 모든 유적지를 확보하였다. 그리하여 이 지역일대를 聖域化할 것을 수원교구와 서울대교구의 공동서업으로 추진하기로 작정하고 그의 준비를 위하여 모든 책임부서를 분담했고 또 일반신자들의 이성지에 대한 의식을 높이기 위한 순례행사가 남한산성에서 성대하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다산 기록에 의하면 천진암 주어사에서의 천주실의 강학회는 1779년으로 되어 있으니 금년이 바로 2백주년이 되므로 지금 성역화 사업을 벌이는 것이 더욱 의의있는 일로서 이러한史實이 밝혀지고 이를 교회의 聖地로 설정 기념하는 사업을 시작한 것은 교회로서 막중한 의의를 가지는 것으로서 크게 찬의를 표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 文化史上으로서도 西學思想을 도입하는 움틈의 터전으로 길이 기념할만한 일이다. 돌아보건대 그 당시의 국가 정치 정세는 남로간의 강파로 대립하여 西方文明의 도입에 대한 폐쇄성이 완강하던 때에 남인계통의 유력한 實學派 학자들이 은밀히 서울에서 1백여 리나 떨어진 산중에 모여서 천주실의에 대한 강학회(연구회)에 열중하였고 그리하여 그의 사상과 종교가 참으로 유일무이한 眞理임을 깨닫고 이어 북경 사절단의 수원으로 이승훈을 파견하여 천주교에 입교케 하고 귀로에 천주교 신앙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하여 그 학자들이 모두 입교하여 비로소 한국천주교의 발생이 되게 한 것이다. 그러므로 주어사와 천진암 일대는 실로 한국교회의 배태지이고 發祥地인것이다.
이곳에서 이런 일을 감행한 학자들이 없었더라면 과연 한국에 천주교회가 언제 어떻게 도입되었을 것인가 예측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진작 이러한 교회의 여명기를 장식한 그분들의 유적을 현양하고 기념하는 사업이 이루어 졌어야 할 것이었다. 무릇 개인 아니 국가나 교회 나를 막론하고 옛것을 돌아보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溫故知新의 정신이 있어야한다. 근세에 와서 모든 나라들의 문화에 있어서 각기 옛것을 되찾아서 그 固有의 문화를 터전으로 하여 새로운 문화에로의 발전을 도모하는 풍토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고 또 당연한 것이다. 우리한국교회도 요즘에 미리내 솔뫼 배튼 숲정이 등의 각지에서 순교지와 조상들의 거룩한 유적들을 찾고 가꾸어서 이를 길이 현양하고 기념하려는 성역화운동을 벌이고 있음은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다만 여기서 고려해야할 한두 가지의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첫째로 성역과 사업의 규모에 있어서 너무 거창하거나 화려하게 하는 것을 피했으면 한다. 요즘 우리나라 여러 곳에서 실시되고 있는 국가적 차원의 성역화 사업은 너무나 그 규모가 거대하고 시설이 지나치게 화사하다는 감이 없지 않다. 교회로서는 과히 크지 않는 규모에서 검소한 시설들로서 선조들의 정신을 살리는데 중점을 두고 현대인들의 과시풍조에 도전하는 모습으로서 교회의 근본정신인「가난한자」의「거룩한」성지가 되도록 했으면 한다.
그리고 둘째로는 교회의 성지를 조성하는 성역화 사업에는 그 비용에 있어서는 어디까지나 교회자체의 염출에 의해야 된다는 점이다. 즉 신자들이 우리의 유공한 선조들에 대한 존경하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성금에 의해서 이루어져야하겠고 외국이나 교회의부의 원조에 의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끝으로 이번의 성역화서업에 있어서는 수원교구와 서울대교구의 공동사업으로 추진되기는 하지만 한국교회의 발상지이고 초석이 되어 준 선조들의 유적을 기념하는 일이니만큼 전국적 규모로서의 모든 신자들의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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