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도 우리는 연삼주째 책을 팔고 있었다. 비교적 날씨는 화창했지만 꽃샘 바람이 몹시도 설레고 있었다. 이 바람에 진열해 놓은 책의 꺼풀이 바람에 펄럭였고 이따금씩 부피가 얇은 책들은 4~5m씩 허공으로 날았다.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이른 새벽부터 파견돼온 가톨릭時報社의 두 記者가 한 짝이 되어 신문 보급운동을 맹렬히(?) 벌이고들 있었다.
K記者는 안면도에서 직행을 했다며 암청색 털옷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사나운 날씨인데도 출어를 결심하고 바다로 뛰어드는 어부의 모습 그대로였다. 얼마나 바빴으면 수염이 꺼칠한 저런 모습으로 달려 왔을까? 나는 속으로 그분의 그런 표정에서 시몬베드로를 연상하고 있었다. 배와 그물을 내동댕이치고 뭍으로 올라 예수님과 더불어 사람 낚는 어부로 변신한 사도.
그런 표정인 K記者 옆에서는 온통 수세미 머리를 한 女 記者가 부지런히 일손을 놀리고 있었다.
우리의 이런 활동은 정오가 훨씬 넘어서야 간신히 끝이 났다. 팔린 책이 이십여권. 가톨릭시보 구독신청이 오십 일매. 애써 가꾼 텃밭에다 그물을 치고 잡은 고기치고는 너무나 초라하다고 김 회장과 조 회장은 투덜댔지만 K記者와 女記者는 오히려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만해도 일단은 성공이란 것이었다.
누구는 말한다. 매스콤 수단을 통한 布敎가 교회의 최대 관심사라고. 또 어떤 이는 우리에게도 일년에 한 차례식 홍보 주일과 출판물 보급 주일이 있어 신자들의 이방면에 대한 인식도가 점차 높아져간다고 대견해한다.
그러나 우리네 출판물 보급실태는 아직도 황무지 상태에 놓여있음을 솔직히 시인해야 하지 않을까.
교회 매스미디어의 수적인 빈곤. 출판물의 양적ㆍ질적 부족 등이 늘 우리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하면 나의 지나친 감상 탓일까. 이웃 개신교에서는 각 교파마다 거대한 시설을 갖고 있으며 발간되는 신문만도 다섯 종이 넘는다고 한다. 이런 추세로 미루어 볼 때 우리의 처지는 너무도 왜소하다.
이러한 상황이라 교회가 애써 출판물 보급에 전력을 투구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일시적인 흥분이나 열의만으로 과연 그 성과를 거둘 수가 있을 것인가.
옥내에서 기사를 쓰며 편집에 전념해야 할 현직 기자들이 온종일 꽃샘 바람에 사지를 떨며 이런 일에 종사하는 표정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어야할까. 뭔가를 시급히 서둘러야 할 것만 같다. 신자들의 무심을 탓하는 것만으론 변명이 인색하다. 현대인은 싫건 좋건 출판물의 홍수 속에서 그날그날의 정보와 지식을 호흡하며 살아간다. 이런 시대일수록 보다 다양한 출판물을 적시에 공급하여 「말씀」에 허기진 신자들의 배를 채워가야 할 것이다.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독자들의 보다 많은 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신자들의 의식계발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럼 누가 그들의 의식을 드높여 줄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너무나 자명하다. 일선 사목의 총책이신 신부님의 관심과 배려가 기대를 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신부님의 신자에 대한 한 말씀 속에는 천근에 값할 무게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를 실증할만한 예는 수 없이 많다.
나는 다음주도 이런 바램으로 출판물 보급일선에 나서려 하거니와 원컨대 모든 이의 성의 있는 조력에 의해 우리의 당면과제가 하루빨리 성취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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