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를 독일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체계적이고도 이론적으로 최초로 소개한 주인공이 베네딕또 수도회 노베르트 베버 총원장이었다는 사실이 최근 교회사연구소의 자료 분석결과 밝혀졋다고 한다.
이는 비단 敎會史的으로 뿐만 아니라 文化史的으로도 근래에 보기드문 하나의 값진 수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이러한 새로운 사실의 발견 自體가 갖는 意義 뿐만 아니라 그가 남긴 한국에 관한 두 권의 著書와 한편의 기록영화는 당시의 時代相과 民俗 그리고 한국 전통문화의 이해와 연구에 획기적인 참고자료가 되고 또 이것은 敎會 史的으로도 여러 가지 값진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이처럼 중요한 사실을 조사. 확인 해내고 또 베버 총원장이 제작한 稀貴史料인 영화를 서독에서 입수해온 교회사연구소와 베네딕또 회의 노고에 감사와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금반 베버 총원장의 활약상과 그의 영화입수에 대해 우리 교회가 이토록 관심을 갖고 또 기뻐하는 것은 그것이 갖는 文化史的 또는 敎會史的 意義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당시 일제의 말살정책에 의해 소멸돼가던 한국문화의 참 모습을 이해하고 또 이를 원형대로 보존하려고 애쓴 한 외국인 성직자의 순수한 학구적 자세를 우리는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半萬年 가까이 傳承 돼온 한국문화의 脈絡을 찾아 이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자세를 외국인 가운데서는 찾기가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자칫 物質的 풍요를 곧 文化의 尺도로 착각한 나머지 궁핍한 생활에 쪼들리는 한국인의 外形的ㆍ物質的인 面만을 보고 한국의 文化까지도 評하는 愚를 犯하는 사례가 허다했다. 바꾸어 말하면 物質的 富를 이룩한 外國人들은 스스로 우월감에 도취된 나머지 한국인의 심오한 정신문화의 세계는 도외시하는 사례가 흔히 있었고 이러한 현상은 유감스럽게도 오늘날에도 종종 볼 수가 있다.
이에 비해 베버 총원장은 한국의 정신세계와 문화를 객관적 입장에서 편견 없이 이해하려고 했고 또 이를 해외에 널리 소개했다는 점에서 그의 업적이 갖는 비중은 한결 큰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今般 베버 총원장 관계자료 발견에 덧붙여 本欄은 평소 교회사에 대한 한국교회의 고질적인 無關心현상을 다시 한 번 지적하고자 한다.
보도에 따르면 베버 총원장의 기록영화는 50년이란 긴 세월이 지나는 동안 변질되어 이를 復寫 하는데 기술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가 조금만 늦게 이를 발견했더라면 이 소중한 자료는 영원히 死滅될 뻔 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한 수도회의 총 아빠스가 두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하며 기록영화까지 제작했는데도 국내에서는 어디서도 이에 관한 기록이 없었고. 따라서 이를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本欄은 지금가지 몇 차례에 걸쳐 교회사에 관한 관심을 환기시킨 바 있거니와 이번 사실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잊혀진 史料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도 汎敎會的인 조사 발굴 작업을 촉구하는 바이다.
한국교회사는 곧 순교의 역사라고 할 만큼 수많은 순교자를 냈으면서도 疏明資料 불충분으로 시복의 영광은 겨우 103위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에 想到할 때 이일이 얼마나 重且대한 것인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베버 총원장이 제작한 기록영화에 대해서도 몇 가지 부언하고자 한다.
보도에 따르면 베네딕또회는 영화내용에 대한 완전한 考證을 거쳐 완벽한 문화영화로 재편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귀중한 자료를 현재의 向上된 편집기술로 더욱 잘 만들어 보겠다는 意圖자체는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러나 이 필름이 하나의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기에 그 처리에는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흩어져있는 각종 문화재가 文化財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것은 조상들이 만든 바로 그原形속에서 조상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기술적으로 오늘날의 수준을 앞지르기 때문만은 결코 아닐 것이다. 설사 기술적으로는 약간 불충분한 점이 있더라도 그것은 그 自體로서 값어치를 갖는 것이다.
따라서 이의재편집에는 斯界의 권위자들의 의견을 물어보다 신중히 그可否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이영화가 하루속히 公開돼야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이영화의 공개로 얻어질 文化史的 소득을 차치하고라도 오늘날 우리 신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歷史意識의 부족현상을 이 영화는 어느정도 메꾸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우리 신자들은 순교자들의 후예로 자처하면서도 우리의 신앙이 어떻게 전래됐고 또 이의보존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흘렸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비록 근세사이긴 하지만 일제의 압제 하에서도 말씀을 심는 선교사들의 피땀 어린 모습들이 담겨져 있다. 따라서 이 영화를 통해 당시의 그 어려운 여건 하에서 惡戰孤鬪하는 선교사들의 모습을 재삼 확인함으로써 오늘날 신자들이 자신의 신앙자세를 재반성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점에서 이는 하루속히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이다. 관계자들의 현명하고도 신속한 조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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