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 한사람이 위급한 병으로 어느 병원 응급실에 뉘여 졌을 때의 일이다.
예사 병이 아닌 것을 안 나는 다른 가족이나 친지에게 알리기 위하여 다급하게 공중전화를 찾았었다.
「고장」
「고장」
세 개밖에 없는 전화 중에 두개가 얼굴에「고장」이란 이름표를 달고 인간의 위급함을 야유하듯 앉아 있었고 통화가 되는 전화 앞에는 열사람도 넘게 줄지어 서있었다.
발을 구르고 싶은 심정을 넘어서 가슴이 기름 심지처럼 타들어가는 조급함으로「고장」이라 不通의 전화를 몇 번이고 들었다 놓았다 했던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단절의 不通 원인이 바로 나일 때가 허다했었다는 점, 내 정신의 고장은 불편한 줄 모르면서 他人의 고장만을 고치지 않는다고 불평을 늘어놓은 점인 것이다.
우리는 모두 지금 고장난 전화에 동전을 넣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그 어리석음이 바로 우리의 고장난 部位를 더욱 넓히는 원흉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는 그 어리석음을 씻기 위해 하늘의 糧食으로 청진기를 대신하여 자강의 소리를 들어야한다.
율산이 그랬고 물가 폭등이 그랬고 효주양의 유과사건이 소음으로 삑삑대고 있었다.
안정과 위기는 언제나 동행하는 것이다.
通話와不通도 서로 同行하는것이다.
고장난 사람을 고치는 사람은 역시 고장난 또 하나의 사람이다.
그 또 하나 사람이 고장난 이시대의 망가진 부속을 재생시켜야 하는 것이다.
고장난 전화기는 전화에 대한 識見이 있는 者가 전화가 최초에 만들어진 설명서대로 고치던 되는 것이다.
고장난 사람은 사람을 최초에 만든 사람의 설명서대로 고치면 될 것이다.
사람이 되어지는 가장 올바른 설명서는 오직「성경」하나임을 아는 사람은 안다.
우리는 이 설명서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이 설명서를 읽지 않는 사람의「고장」이란 너무나 당연한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아직도 단절과 불통으로 얼굴에「고장」이란 이름표를 달고 생명을 다투는 위급한 사람의 동정을 무표정하게 받아먹는 고장난 사람이 아닌가 다시 확인해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시인이며 금호동본당 사목위원장이신 洪俊五씨 께서 수고해 주셨습니다.
이번호 부터는 詩人인 愼達子씨께서 집필해 주시겠읍니다.
<편집자注>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