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의 나부낌을 베다는 인생의 상징이라고 했는데 지난날 소용돌이쳤던 사나운 물결의 흐름을 들을 수 있는 영광을 주었으면…』
『그야 여부가 있겠습니까? 신부님의 말씀처럼 내 영혼을 길러주는 아버지의 명령을 거절할 수는 없지 않겠읍니까?』
◇ ◇ ◇
난 먼저 저 푸른 물줄기의 가슴 아픈 사연들을 얘기할 수 있는 귀한시간 주신 것을 천주와 만 여성의 표본이신 성모께 깊이 감사를 드리고 아울러 파도의 느낌 속에 귀 기울여주실 신부님 계심을 영광으로 여깁니다. 나 아닌 어떤 기성작가나 말솜씨가 좋은 사람들이라면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이 한 토막의 이야기만으로도 몇 권의 책을 엮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여기 조그만 이야기를 잉태하기위해 길지 않은 나의인생을 바쳤고 그로인해나의정력은 송두리째 소모되어 버렸읍니다.
그러므로 여기에 살과 뼈를 붙이려고 노력한다면 저 숭고한 파도의 흐느낌 속에서 내가 얻고자하는 최후의 이미지마저도 상실해 버리고 말 것입니다. 그러니까 십년 전의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읍니다.
◇ ◇ ◇
손 순경을 위시한수명의 예비군에 에워싸인 채 뒷 수정을 팔을 비틀리우고 피투성이로 찢어진 옷자락을 나부끼며 광무파출소에 끌려간 것은 오전이 조금 지났을 때다. 긴 나무의자에 십자가형으로 수족을 묶이우고 멍하니 천국을 물수건으로 닦아주며 담배에 불을 당겨 물려준다.
『어떤 일로 왔는지는 모르나 마음을 굳게 가지시오』
『가까이 가지 마십시오. 그놈 아주 악질입니다』
『손 순경님 죄인은 이 사람 만이 죄인이 아닙니다. 인간은 누구나가 다 죄인입니다. 경중의 비중은 있을지라도 말입니다. 지나치게 남을 냉대하는 것、그것도 곧 죄악입니다. 여보게、자네에게 얘기 한토막하고 싶은데、들을 수 있겠나?』
『신부님! 다 소용없는 짓이랍니다. 덜돼먹은 인간들은 단단히 고생들을 해야 돼요』
『손 순경님! 당신은 신 앞에 결백하다고 자부할 수 있읍니까? 여기 이 사람은 법망에 걸리지 않은 우리들보다 오히려 더욱 선한사람 일는지도 모릅니다.』
손순경은 왕 신부의 말에 얼굴만 붉힌 채 아무 말도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나를 향해 말을이었다.
『자넨 크리스찬이지? 혹 크리스찬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성서는 아는 사람인 것 같은데 조그만 얘기 한 토막을 들려주겠네.』
『아닙니다. 난 신부님 말씀대로 크리스찬도 아니며 성서는 더욱 모릅니다. 나에게 아무런 말씀도 말아주십시오』
그는 천천히 나의 얼굴을 주시하며 찢어진 옷자락 속에서 조그만 목걸이를 꺼내어 들고서는 나의 손목을 붙잡는다.
『자네의 마음을 이목걸이가 증명하고 이군이 성물을 목격한 이상 딴말은하지 않겠오. 다만 이천년 전 그리스도의 고통에 참여하는 마음으로 용기와 인내를 그리고 유다의 통회가 아닌 베드로의 통회를 발하십시오. 당신의 마음속에 그리스도의 평화가 임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그는 못내 석연치 않은 표정을 지으며 파출소를 나가자 현장에 나갔던 예비군이 증거물을 수거하여 돌아왔다.
『손 순경님 증거물을 찾아오긴 했는데 모두 박살이 났읍니다.』
『수고했어. 지문 지워지지 않도록 잘 싸둬. 피해자는?』
『네、곧 내려올 것입니다』
얼마 후에 최 여인이 파출소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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