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우 영일이에게
『兄、부디 우리 가운데서 성신의 불(Feuer)이 우리를 지켜주시기를 빕니다. 弟 영일 드림』
이것이 너의 마지막 편지였구나 외로운 군종 신부에의 길을 택한 현역 장교 신학생으로 무엇인가를 이루어 보겠다는 굳은 각오로 그 어려운 고통을 참아냈는데 결국 열매 맺지 못한 가지가 되고 말았구나. 약속된 장래도 포기하고 사랑에 바람을 둔 군 육성에 기여하겠노라고 호언하던 너였는데…
너는 나와 함께 신학교 입학하던 날、신세계에 들어간 동화속의 왕자마냥 그렇게 좋아하면서 앞으로 사제가 되어 오늘날 군 안에서도 현실주의 출세주의 사조를 몰아내고 참다운 인간애에 바탕을 두고 협동하여 정신적 가치를 높은 곳에 두는 군대를 만드는데 기여하겠다고 했지. 이제 나는 짝 잃은 외기러기가 되어 먼 하늘만 바라보면서 우리들이 그린 꿈을 채색도하기전에 변경해야하니 슬프고 괴롭기만 하다.
영일아! 너는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었지、사제가 되는 날、너는『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셨다(루까4ㆍ18)』고 하면서 어떤 어려움이라도 참아내자고 해놓고는… 먼저 가버리고 말았구나.
너는 항상 나에게 용기를 주었고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우리가 어떤 일을 해내기위해서는 항상 시련이 뒤따르고 忍苦의 그 무엇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내적 외적으로 우리에게 닥쳐오는 위험과 유혹들… 이러한 것들은 좀 더 우리주위의 헐벗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몸과 마음을 기울인 사랑으로써 극복될 수 있겠지요』
영일이 너는 사랑을 받을 줄 알고 줄 줄 아는 사람만이「삶」의 주인이 된다는 것을、사랑이 담기지 않는 모든 시간은 죽은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구나『너는 하느님과 사람사이의 중재자도 한분뿐이신데 그분이 바로 사람으로 오셨던 그리스도 예수(Ⅰ디모테오2ㆍ5)』라는 것을 굳게 믿고 모든이에게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기 위해서 가난한 생활을 했었다. 나는 너를 마음속으로 존경하였다.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어떤 것이든지 해볼려고 하는 진취적인 성격이야말로 대군을 이끌고 풍전등화가 된 나라를 구하려는 장군의 모습과도 같이 믿음직스러웠다. 신학교에서도 공부할 때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알아 들을려고 했고 특히 2학년 편입생 시절에는 다른 신학생들보다 배나 많은 학과과목을 열심히 해냈다. 운동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성실한 모습으로 땀을 흘렸으며 어려운 학생을 만나면 남몰래 도와 주어야만이 마음이 편한 너의 모습을 나는 진심으로 존경했단다.
한 가지 너에게 미안한 것은 너와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하고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어떤 것이 아니고 사랑이었는데 그것을 우리는 충분히 가지지 못했다.
우리가 정말 살고 있는 시간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시간뿐인데 그것을 우리는 실천하지 못하고 헤어지고 말았다.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고 한 것은 너에게 당연한 것이었고 현실과 이상을 될 수 있는 대로 밀착시켜 볼려고 했던 너에게 죽음이 그렇게 빨리 찾아오다니.
사랑하는 아우 영일아! 이제 네가 나에게 보내준 편지를 마지막으로 읽는다.
『兄、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이 운명의 마파람이 아무리 크다 해도 함께 그 앞에 나서며 두 손을 잡아 주어야죠? 해가지면 어김없이 내일도 그 위용을 온 누리에 나타내는 것、우리들도 작은 힘이나마 서로 도와가며 오늘도 또 내일도 우리의 길을 사명감을 찾으며 살아갑시다. 예? 하루 속히 나와 兄이 머무는 어느 진실한 순간이 있어 항상 우리를 은총 속에 듬뿍 적셔 주기를 빕니다』
나는 너를 대신해서 한 젊은 청년사관이 이 세상에 진실한 사랑을 심고자 하느님을 믿고 사제가 되어 열심히 살다가 하느님품속으로 갔다고 말하리라.
주여 그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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