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조그마한 그 소녀는 어머니를 따라 나들이 가는 일이 무척 즐거웠다.
사람들이 유난스레 바라보곤 했으나 그때마다 네가 고운 새 옷을 입었기 때문이라는 어머니의 말에 마냥 기쁘기만 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론 전혀 바깥구경을 못해본 그 소녀는 어느 날 새 어머니에게 공손히 부탁을 건넸더니
『얘、너는 꼽추잖니. 너를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이 나를 뭐라고 하겠어?』하며 윽박질렀다.
소녀는 그제야 거울을 보고 자기의 처지를 알게 되었다. 여름이지나 겨울이 오고 다시 봄이 되었을 때 슬픈 소녀는 죽어서 땅에 묻혔다.
하루는 천사들이 무덤을 노크하여 소녀를 불러냈다. 어머니가 계신 하늘나라로 그녀를 데려가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꼽추도 천국에 갈수 있어요?』
『아기야. 너는 이미꼽추가 아니란다』
천사들이 소녀의 등을 어루만지자 얇은 피부가 벗겨지고 거기엔 눈부신 두장의 날개가 접혀있어서 그들은 푸른 하늘을 날아 천국으로 갔다. 어머니는 두팔을 펴고 어린 딸을 안아 들었다.
위의 얘기는 독일의 시인이며 외과 의사이던 레안더의 동화「어린꼽추」의 대략인바、그는 독불(獨佛) 전쟁 때 군의관으로 종군했고 이때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동화로 편지를 보내곤 하여 주옥같은 작품들을 오늘에 남겼다고 한다.
그런데 이작품은 나에게 뿌듯한 충격을 주었다. 한 편의 글이 사람의 눈빛을 따뜻하게 바꿔놓는 사례를 여기서도 본다 하겠으니 이제 꼽추를 바라보는 어린이들은 호기심에 가득찬 환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사람은 신의 은총을 비롯해 매우 다양한 사회적 혜택을 입으며 살아간다.
모든 분야가 그 나름의 최선을 다해 인간의 복리를 도모하며 하나의 유익한 창조는 첫 창안자의 손을 떠나 무섭게 빨리 모든 이의 공유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항상 탐내는 공익성의 문제도 그 테두리를 넓혀서 물질문명ㆍ과학문명의 귀한 공헌(貢獻)들 까지 귀중히 품어 들여야 마땅하다
정신적지향이 물질적 중량으로 억압됨을 용납할 수 없듯이 마찬가지로 사람의 지혜가 한걸음씩 가파롭게 등에 업고 온 물질문화도 함부로 경시될 수는 없다.
정신문화 물질문화 어느 쪽도 오만이나 독선에 떨어질 이유가 없고 그럴 권리도 없다
앞에든 한 편의 동화는 시야가 환히 밝아오는 희열을 가져다주었었다. 글쓴이가 누구이든 그런 건 상관없다. 다만 피땀으로 이룩한 갖가지의 사회적 공적을 후히 나눠받고 산다는 현실에 대하여 불치의 건망증에 걸려있지 않는 이상 나도 무엇인가를 보태고 싶다는 염원을 언제나 마음속에 불태우며 살고 있다. 내가 그 말석에나마 몸담아있는 문학이 정성스런 초대의 상을 차려 사람들을 먹일 때 나는 다만 그 둘레에 서있는 한낱 입회자에 불과하더라도 이런 때 행복한 흥분과 어떤 긍지를 느끼곤 했다.
우리는 서로 준다. 동시에 서로 받는다. 이관계가 기쁘다. 사실상 신이 주신건 많지만 그렇다고 사람은 맨손으로만 지나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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