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어떻게 된 거야?』
『 나도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읍니다. 모두가 죽으려고 자신의 무덤을 파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박 형은?』
『나야 별수 있겠나? 이곳이 내 고향인걸 어떻게 하나? 세상에서 버림받고 이곳에서 마저도 전과자의 설움을 씹어야하니、하지만 오만하고 교활한 인간들만이 살고 있는 저 넓은 세계보다는 차라리 여기가 낫다고나 할까. 그래도 이곳은 인정이 있어. 내가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은 아닌데 번화한 세계로 나아갈 수 없는 운명이 되고 말았으니…야、개 당번!』
감방장 박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실내에는 비상이 걸린다. 폭력범과 강력범들만이 수용되어있는 거실에서는 감방장의 명령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게비 당번이 게비를 잡고 개당번은 마루 밑 은밀한 곳에서 담배를 꺼내어 탁으로 불을 붙인다.
『한대 피워』
『고맙소. 하지만 나보다도 선인들 먼저 주시오』
『괜찮아. 숭어가 뛴다고 짱뚱이까지 같이 뛸수는 없어. 고개 돌려』
다시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실내의 모든 수인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인다. 담배의 진미. 그 속엔 이세상의 그 무엇과도 견제할 수 없는 감미로움이 있었다. 다시 붉은 계곡 속에의 열흘이 지난 날 아침 검사로부터 공소장이 날아들고 오후엔 요안나 수녀의 방문이 있었다.
『창규! 고생이 많지? 기소가 붙었다더군. 하지만 이것은 천주님께서 창규에게 내리신 시련일거야. 이 시련은 곧 창규를 영복에로 초대하기위해 마련하신 천주님의 뜻 일거야. 그럴 진대는 이천년전의 당신자신이 십자가상에서 당하신 고통에 참여하는 마음으로 참고 견디는 거야』
『수녀님! 말끝마다 시련 시련하지마세요. 신이 인간에게 시련을 내린다는 것을 누가 믿으며 무엇을 보고 믿겠어요? 수녀님이나 많이 믿으시오. 내가 당하고 있는 이 고통은 신이내린 시련이아니라 질기며 부드럽고 튼튼한 여인의 혓바닥이 연출한 고통의 연속입니다. 우리네 가정을 깨트린 것도 지금 이순간의고통도 저 독랄한 여인의 혓바닥 그 혓바닥의 은혜가 아니고 무엇이겠읍니다? 하긴 수녀님 같은 분들도 계시긴 하지만、수녀님 미안합니다. 용서 하십시오』
『창규! 시험결과가 발표됐어. 신문사엔 실격이 됐고 기능공 자격고시에는 합격이더군. 하지만 본인이 출두하여 연수교육을 받지 못하면 이것마저 자격증을 받기가 용이하지 못할 것 같아. 그리고 창규에게 조그만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겠어? 내 부탁 한마디는 들어줄 것으로 믿어』
『말씀하십시오. 수녀님께서는 수도자이기 이전에 아니 수모자이기 때문에 내게 호의를 베풀었는지 모르지만 나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자상한 어머니였고 나의고통과 괴로움을 덜어주는 인정 많은 누님이었으며 나의 정신을 압박해오는 고독과 외로움을 덜어주는 다정한 벗이었던 수녀님의 말씀을 어찌 거절 하겠습니까?』
『고마워、창규. 지나지게 자신을 학대하지 말아줘. 지나치게 자신을 학대하는 것은 크나큰 죄악이야. 그것은 바로 살인행위란 것을 알아야해. 그리고 기도하는거야. 먼저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고분을 위해 기도하는거야. 이것은 나의 간절한 부탁임과 동시에 나의 작은 소망이야』
『나는 원수를 향해 기도할 수는 없읍니다. 그 누구를 위해서도 기도할 수 없읍니다. 오히려 그들에게 앙화가 내리도록 바랄뿐입니다』
『창규、진실한 사랑은 자신을 희생하고 봉사하는데서 진정한 사랑의 감미로움을 맛볼 수 있듯이 한번쯤 그들을 용서할 수 있는 아량도 가져야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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