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회 안에서 교회역사상 가장 뜻 깊은 행사가 있었다. 그것은 한국교회의 礎石을 놓았던 李벽 선생의 墓가 발견되어 이를 교회의 발상지인 天眞庵터에 移葬한 사실이이다. 이는 본지 1161호에 자세히 보도된 바이지만 그 경위를 요약해보건대 다음과 같다.
李벽(1754~1785)은 일찌기 北京에서 들어온 천주교진리(天主實義)를 탐독하고 당시의 巨儒權哲身 丁若鍾 등과 함께 한강변의 走魚寺(여주) 天眞庵(광주) 등에서 천주교에 관한 講學會를 거듭한 후 드디어 친우였던 李承薰을 北京冬至使의 수행원으로 파견、천주교의 교리를 익히고 세례를 받고 교리에 관한 서적들과 신앙에 필요한 모든 도구들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리고 그는 李承薰이 영세 귀국 후 첫번째로 그로부터 영세하고 본명을 한국교회의 先驅者격으로 세자 요한으로 하였다.
그 후 그 당시의 유력한 유학자들에게 천주교의 진실을 강력하게 설파하여 많은 入敎者를 얻어 한국교회의 문자그대로의 礎石을 놓는데 주도적 역할을 다했다. 그러나 그는 그 집안의 부모 형제 친척들의 혹심한 背敎壓迫에 부딪쳤으나 이를 勇敢히 배재하고 무한한 고난을 겪으면서 31세의 약관으로서 殉敎에 가까운 일생을 마쳤다. 이 짧은 생애였지만 그가 저술한「성교요지」와「천주공경가」는 한국 땅에 복음을 전파한 최초의 한국판 교리교본이라고 할 수 있다. 李벽은 이러한 생애를 마쳤기 때문에 당시의 사정으로 보아 그의 墓地까지 失傳되어 왔던 것이다. 그로부터 1백95년만인 금년 2월 15일 그의 묘소가 경기도 포천 땅 공동묘지안의 古塚에서 기적적으로 발견되어 이를 지난 6월 24일 세례요한의 축일에 이벽 생애의 講學會場이던 유서 깊은 天眞庵 터에 그의 유족자손들과 관계성직자 및 교우들의 많은 참집하게 성대하게 安葬되었다.
이러한 敎會史的 意義가 지대한 일이 이루어진 것은 오로지 수원교구 신장본당의 변기영 신부가 교회先烈에 대한 깊은 관심과 집념으로서 李氏 족보 茶山文集 등 많은 考證을 찾고 묘지를 탐색하는데 천신만고 불철주야의 노력을 경주한데 基因하는 것이었고 또 수원교구장 김남수 주교와 교회사에 정력을 쏟는 여러 성직자 및 교회사학자들의 공로가 많은 것으로서 이 지면을 통해 깊이치하와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여기서 이벽 선생 묘지의 발견과 이장에 대한 오늘의 교회가 찾고자하는 意義는 무엇이겠는가. 첫째는 報本反始의 정신에서이다. 사람은 누구나 선조의 은혜에 감사하고 보답하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 특히 한국은 이른바 동방예의지국으로 자처하면서 조상숭배의 사상은 어느나라에 비해서도 뛰어난 특징으로서 우리의 자랑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근자에 와서는 차츰 개인주의 當代主義사상이 팽배하는 경향이 짙어가고 있다. 이때에 우리는 한국교회의 신앙의 선조들의 遺跡과 遺訓을 되찾고 재해석하면서 감사의 정성을 다하고 새로운 신앙의 다짐을 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들의 신앙은 다분히 안일의 길을 택하고 忍苦의 길은 피하려는 흐름이 많다. 이것역시 우리 신앙선열들의 초창기의 수고수난의 가치를 경시하거나 망각한데서 기인한 것으로 본다.
둘째로는 溫故知新의 정신에서이다 지금 사람들은 너무나 새로운 것만 열중한 나머지 옛것은 모두가 쓸모없는 것으로 배척하려는 풍조가 확대되어가고 있다.「하늘아래 새것은 없다」는 격언과 같이 오늘의 모든 새것은 결국은 지난날의 옛것에서 배태되고 이끌어 온 것이다.
인류의 발전은 앞을 보고 가는 知新과 뒤돌아보는 溫故의 자세가 조화를 이루어야한다. 그렇다고 해서 復古主義를 주장하는것은 아니다. 오직 앞으로의 進步를위해서도 옛것의 지혜를 익히고 지키는데도 유념해야하겠다.
오늘의 각종교회「세미나」가 과연 2백년전의 주어사、천진암의 講學會만큼 진지하고 창조적 이었던가를 한번 쯤 비교해 볼 필요가 있겠다.
끝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하여 한국교회의 先烈들의 墓所관리나 史蹟에 대해서 좀 더 새로운 관심을 돌릴 필요를 느끼게 한다. 李벽 선생의 묘소만 하더라도 변기영 신부의 특별한 헌신적 노력과 성령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하나의 고충으로서 곧 터도 없이 헐리고 말았을 시급한 처지에 있었던 것이다. 이로 미루어 이제부터라도 殉敎선조들의 묘지발견、관리 및 모든 遺蹟들의 수집정리 등에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와 활동이 전개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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