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 옵고…』하는 기도문의 표현은 퍽 일상적(日常的)이다. 이 기원은 사람은 먹어야 산다는 소박한 진리를 지시한다. 확대해석을 감행한다면 영혼의 양식을 의미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근본의는 아무래도「밥」이 아닌가 한다. 음식 뿐 아니라 기거할 집과 몸을 감쌀 옷도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일용할…」이라고 할 때 그것은 생활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묵상의 자료가 되어 준다. 풍요한 삶은 물론이고 최소한의 생활마저도 하느님의 은혜없이는 불가능함을 우리는 이 기도문에서 깨닫는다. 그러므로 가난한 하루하루일지라도 그것은 큰 축복이요、항상 감사하는 것이 우리의 마땅한 도리이다.
하물며 원망은 더욱 불가한 일이다.
먹고 입고 잠자는 일상사마저도 은혜 속에 사는 양식(樣式)이다. 신앙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것들도 하느님께 대한 찬송이 되어 사람이 호흡하는 것 자체가 훌륭한 기도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의 삶은 갑자기 황홀하고 벅찬 것으로 변한다. 실로 예수님의 오심은 기도의 고정된 틀을 허물어뜨림이었다. 바리사이들의 계율주의를 비난하심으로써 주님은 그들의 인습에 갇힌 기도의 방법을 자유롭게 한 것이다. 일상생활을 만끽하시는 그분을 바리사이들은「먹고 마시기를 탐하는 자」라고 욕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럼으로써 우리의 일상사가 하느님의 뜻에 맞는 기도 생활일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신 것이다.
어찌 하느님이 지어주신대로 사는 것이 무의미할 수 있을까. 물론 이 말은 방종과 탐욕의 허용일 수 없다. 방종과 탐욕은 허무와 불안을 낳을 뿐이다. 그것들은 자유의 기쁨과 정반대의 것이다. 칠죄종(七罪宗)이라는 것을 열거해 보면 모두가 이러한 자유에 거스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죄라는 것은 교오ㆍ간린ㆍ미색ㆍ분노ㆍ탐도ㆍ질투ㆍ해태의 노예가 된 상태를 의미하여、복음은 그러한 죄의 속박에서 해방되는 자유의 선포-「기쁜 소식」이 아닌가. 크리스찬는 그 자유의 기쁨을 만끽하는 자들이다.
우리의 묵상은 더 큰 뜻에로 나아갈 수 있다. 꼭 필요한 것만 요청하고 그 이상을 탐하지 않는 생활이란 충만한 삶을 의미 한다
필요한 만큼이면 그로써 충만 이며 어디까지가 충만 인지는 하느님께서 정하실 일이다. 그러나 흔히 사람들은 그것을 자기의욕구가 정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그들의 기도는 욕구 투성이가 된다. 그들은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강요하려한다. 또는 거래(去來) 하려든다.
그러나 은혜가 교환가치(交換價値) 일수는 없다. 만일 우리가 기도의 실용성을 따진다면 그것은 기도의 타락이다.
주님의 기도는 어떠했던가.『될 수 있다면 이 잔을 내게서 거두 소서』이것은 인간적인 육성 (肉聲)이다. 그다음에『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뜻대로 하소서』할 때 그것이야말로 기도의 전병 (典型)이다.
하느님은 우리의 기도를 꼭 들어주신다. 다만 하느님의 뜻대로 들어주신다. 이 말은 들어줄 수도 있고 안 들어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꼭 들어주시되 <최선으로> 들어주신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기도하는 사람은 최소한의 생활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최선의 삶을 누리고 있음을 느낀다. 그들이야말로 행복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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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詩人이신 金南祚씨 께서 수고해주셨읍니다. 이번 號부터는 문학평론가이며 濟州신문 논설위원이신 송상일씨께서 집필해 주시겠읍니다> <편집자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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