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질의 하시오』

『네. 피고인、내 얼굴 똑바로 한번 쳐다봐. 피고인이 부인한다고 해서 그대로 넘어갈 것 같은가? 바른대로 얘기하고 동정을 얻는거야. 피고인은 평소에 피해자、그러니까 피고인에게 는 형수가 되는 셈인데 평소에 조그만 감정이 있었지?』

『네. 그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형수와의 감정이 아니라 형님과의 감정 이었읍니다. 그것은 감정이라기 보다는 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는데서 온 마음속의 서운함에 불과했던것 입니다』

『피고인은 아버지의 유산중에서 피고인의분 것을 나누어주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리며 실제로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죽이겠다는 말을 간혹 했다는데 그것도 사실인지?』

『아닙니다. 전혀 그런사실도 없읍니다.』『그럼 증 제1ㆍ2호는 피고인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그것도 사실인가?』

『그럼 피고인의 것이 아니라면 그것들은 누구의 것들인가?』

『네. 그 두 가지의 증거물은 피해자의 집안소유물들입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집에 잘 다니지도 않는다면서 그것은 어떻게 아나? 그것은 피고인의 것이 틀림없지?』

『아닙니다. 그것은 그날 그 순간에 피해자의집 안방 미심위에 놓여 있었읍니다.』

『그럼 만진 일은 없었나? 그러니까 1968년 8월22일13시경 그 순간에 말이야. 그 순간의 흥분했던 감정 때문에 기억에는 잘 없지만 만졌던 것 같지. 그날 만졌잖아?』

『전혀 만진 일 없읍니다.』

『피고인 내 얘기 똑똑히 들어. 반복하는 말이지만 거짓말은 성립이 안 돼. 사실 그대로 고하고 동정을 구하는거야』『피고인은 부모님의 유산을 상속받은일이 있는가?』

『없읍니다.』

『피고인도 부모의 유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있어. 그 조그만 문제 때문에 이토록 말썽이 빚어지고 있으니 이번기회에 상속문제도 종결을 짓도록 하지. 아버지의 유산관계로 인한 감정 때문에 형 집과의 왕래가 없었다고 했는데…그날 그러니까 8월22일13시경 피해자의 집엔 무엇 때문에 갔지? 피해자 최오수를 살해하기위해서 계획적으로 갔지? 그렇지?』

『아닙니다. 결단코 그런 것이 아니었읍니다』

법정 검찰관은 더 이상 신문할 필요가 없었음인지 마른침을 삼키며 건너편에 자리한 변호사에게로 시선을 던진다. 다시 변호사의 질의가 시작됐다.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사이에서 조그만 감정이 있었다고 했는데 원한관계는 아니었지요?』

『네. 그것은 원한이 아니었읍니다. 감정이라고 했으나 아주 단순한 기분문제에 불과했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일년이 채 못 되어 부모의 유산들을 임의로 처분했다는 것에서 조금은 서운함이 있었으나 그것은 원한도 감정도 시기나 질투도 아니었읍니다. 시기나 질투라고 해도 좋습니다. 그것은 곧 사랑의 표징이라고 했으니깐요. 또 그때의 서운했던 감정도 십여 성상의 연륜을 헤아리는 동안에 이미 잊은지 오래인 것입니다』

『피고인은 사건당일피해자의 가정을 방문한 것은 무엇때문 이었던가요?』

『그것은 다름이 아니었습니다. 불운의 씨앗을 거두고화해하는 가장 진정한 형제애로의 발로를 조금은 기대했기 때문 이었읍니다』

『피고인은 사건당일 특히 그 순간에 술 같은 것은 마시지 않았읍니다』

『피해자 최오수 여인의 말에 의할 것 같으면 피고인은 복수를 하겠다며 평소에 무술을 연마해 왔었다는데 복수를 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