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정녕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외톨박이의 심정을 이해하신다면 충분히 이해하실 것 같습니다.』

『그럼 피고인의 무예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네. 유도 삼단、태권도 초단입니다.』

변호사의질의가 끝나자 주심판사의 결론이 내려졌다.

『피고인에 유리한 증인이나 증거가 있으면 말하시오』

『저에겐 증인도 증거도 없습니다.』

『그럼 증인 소환 할 테니까 이주일후에 나와요』

초조와 긴장 그리고 분노가 뒤얽힌 가운데 나의 심령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일각은 여삼추 같았다. 두번째의 출정일은 영하를 기록하는 추운날씨였다. 영하의 추운날씨와는 상관이 없다는 듯이 방청석은 초만원을 이루었다. 법정의 전례대로 법관들이 들어시자 이미 개정이 되고 제일 먼저 내 순서가 되었다.

『피고인이 창구 증인 최오수씨 증인 김진순씨』

난 주심판사의 호명에 따라 마른침을 꿀꺽 소리내어 삼키고는 피고석에 나섰다. 김진숙이란 생소한 이름의 증인을 호명하는 순간 난 반사적으로 흠칫 놀라기는 했으나 이미 마음을 안정 시킬 수 있었다. 법정서 기관의 지시에 따라 최여인은 법정 선서문을 낭독하고 증언대에 올라섰다.

『증인은 위증을 하게되면 위증죄로 처벌을 받게되니 사실대로 말하시오, 증인은 피고인을 알고 있습니까?』

『네 알고 있습니다.』

『증인은 피고인과 어떤 관계인가요?』

『저의 시동생입니다.』

『증인은 경찰에서 진술한 사실이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

『피고인은 증제1호와 2호인 칼과 가위를 휴대하고 다니지도 않았으며 한마대의 폭언도 한 사실이 없다는데 증인은 사건당시의 피고인행위를 말하시오 』

『평소엔 죽이겠다는 말들을 버릇처럼 해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호신구라는 칼을 끄집어내어서는 손바닥에 문지르며 위협을 하는 것이 버릇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조금만 말대꾸를 하게되면 막무가내로 가구등속을 두들겨 부수었으며 아이들을 두들겨 대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그날도 애들과 점심식사를 하려는데 어디선가 돌아와 유리컵을 입으로 씹으며 형을만나야겠다고 떠들어 대더니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쥐고 있던 칼과 재봉틀 위에 있던 가위를 치켜들고 저의 가슴을 찌르려고 했습니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치고…』

『그런 증인은 어떻게 해서 그 순간을 모면하게 되었지요?』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이웃사람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되었습니다』

『비명소리를 듣고 이웃사람들이 몰려 올 때까지의 시간은 어느정도나 흘렀지요』

『삼십분 가량 지났습니다.』

『그럼 그동안에 피고인이 범행을 저지르고도 남을 시간인데 증인은 어디 다친 곳은 없습니까?』

『네. 필사적으로 몸을 피한 탓인지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 증인은 피고인을 어떻게 하길 원합니까?』

『죄를 지었으면 응당 죄 값을 받아야하지 않겠습니까? 법대로 처벌하여 주십시오』

『피고인 증인에게 할 말이 있으면 하시오』

『할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할 수가 없습니다.』

『수고 했습니다. 증인、돌아 가십시오』증인 최 여인이 증인석을 물러나지 방청석의 분위기가 한동안 술렁이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야유의 소리도 들려오고 있었다. 재판장은 방청석의 술렁거림을 한동안 주시하며 장내가 안정되기를 기다려 다시 증인 김 진숙에게 질의를 던진다.

『증인은 피고인을 알고 있습니까?』

『네. 알고 있습니다.』

『피고인과는 어떤 관계 인가요?』

『사촌 시동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