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일하며 지혜를 배우는 서울 성 이냐시오 야간학교 근로학생들의 삶의 기록을 담은 내용이다. <편집자註>
어느 날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어느 누가 누구를 향해서 흘렸음 직한 빗물、모든 사람들 특히 어른들의 행동이맘에 안 들었다. 집을 반사적으로 뛰쳐 나왔다. 얼굴에는 눈물과 빗물이 함께 범벅이 되어 흘렀다. 머리는 더럽고 빗질도 안 된 온몸이 그야 말로 초라한 모습. 거지를 연상케 했을 모습! 이 모습으로 세상은 넓디 넓다지만 갈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집 없는 자의 안식처、괴로운 자의 위안처、호소처인 성당에 들어갔다. 물에 빠진 새앙쥐가 되어 기도를 올렸다.『사람들에게 양심을 찾아주어 어서 평화를 되찾아 주시옵소서』
이렇게 방황하던 끝에 우연히 나의 선생님을 만났다. 인자하신 선생님은 나를 가르쳐주셨다. 부드러운 목소리로『세상 살아가자면 더한 것도 봐야하는데 그런 것 가지고 그러면 어떡해. 사람들이 맘에 안 들면 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되는 거야. 너의 세계와 어른들의 세계는 틀려. 그걸 누가 고치지? 너와 같은 경우를 현실도피라고 하는 건데 그게 나쁜거라구. 네가 힘이 없다고 그랬지?
그러니까 힘을 길러야해 이걸 아니? 계란이 바위를 깨뜨릴 수 있단다. 믿어지지 않니? 계란이 바위에 묻으면 곰팡이를 쓸게 해요』하시며 나의 초라한 모습을 보더니 몇 살 차이 안나는 데도『비 맞고 다니면 감기 걸려. 비 맞고 다니지 마. 부모님 속 썩이지 말고 집에가』하셨다. 하지만 내 생각으론 어른들이 먼저 우리의 가슴에 상처를 내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상처에 반응을 하면 이제는 우리 보고만 나쁘다고 한다.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청소년의 눈으론 어른들은 모순 덩어리이다. 지금 가만히 선생님이 나에게 들려주었던 한 가냘픈 계란의 의지를 생각해 본다. 나를 계란에 비유하시고 사회의 부조리를 커다란 바위에 비교하신 것 같다. 그리고 그 비유 속에 무엇이든지 끈기와 의지만가지면 못 할 것이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신 것 같다. 내 一生에 어려움이 나에게 들려주셨던 그 계란의 의지를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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