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번 그러니까 본건 당일 피해자의 집을 방문하게 됐던 것도 좀은 가까워지고 싶은 외톨박이의 간절한 염원이 있었고 모 신문사의 직원채용 시험과 교통부 산하 기능공자격고시를 위함이었던 것입니다. 피고인은 교통부 산하 2급기능사 자격고시에서 영광스런 합격의 영예마저도 본건으로 인해서 취소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재판장님! 그토록 어렵고 어지러운 생활 속에서도 보다나은 내일을 추구하면 오늘을 살아온 저 피고인이 피해자의 진술대로 잠깐사이에 저 무서운 살인마로 돌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옛말에 도둑이 제발저린다는 말이 있읍니다. 그 부모의 유산을 송두리째 가로채고 그 후예가 성장함에 따라오는 초조와 불안이 오늘 이 사건을 빚은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피고인은 흉기따위를 갖고 다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증거로는 유도삼단 태권도 초단의 무서운 실력의 소유자인 것입니다. 그토록이나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칼이나 가위 따위의 보잘것없는 흉기를 휴대 하고 다니겠습니까? 증제1ㆍ2호로 제시된 흉기들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한 결과 피고인과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음이 입증된 것입니다. 피해자 최오수의 말에 의할 것 같으면 증제1ㆍ2호를 가지고 피해자의 심장부를 찌르려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난 증제1ㆍ2호에서는 피해자 최오수의 지문은 채취되었으되 피고인의 지문은 채취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피고인은 지능적인 범죄수법을 썼던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피해자 최오수의 증언에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본변호인은 피해자 최오수의 진술내용은 완전 무고한 것으로써 허위진술이라고 생각하며 아울러 피고인의 본건 살인미수에 대하여 무죄를 주장하는 바입니다』

다시 번권은 주심판사에게로 돌아갔다.

『끝으로 피고인、할 말 없는가』

『저는 결백합니다. 단 한마디의 폭언도 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까지도 무엇 때문에 이곳까지 왔는지 그것마저도 알지 못 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가지내가만일 서자가된 것이 죄라면 죄일 것입니다. 정녕 그것이 죄악이었다면 그 죄의 댓가는 용서를 바라지 않겠습니다. 지금도 이 순간을 주시하고 있는 여러 은인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도록 재판장님께서 선처하여 주시길 바랄뿐입니다』

『이주일후에 선고할 테니까 그때 나오시오』

북으로부터 강추위를 몰고 진주한 동장군이 남양으로부터 진군하는 훈풍에 무릎을 꿇고 패군장졸이 되어 회군을 서두르자 먼 산 양지쪽에서는 아지랑이가 황금나래를 하늘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때 묻은 수의를 걸치고 포승에 엮이운 채 햇볕을 보지 못해 누렇게 찌들어진 얼굴을 차창에 비추어보며 난 히죽이 웃어보았다. 나를 향해 웃는 또 하나의 나. 그 몰골은 게헨나에서 허우적이는 영귀의 모습、바로 그것 이였다. 세정의 회오리 속에 휘말려 고통과 번민 그리고 괴로움 속에서 비척대는 초라한 인가에게 내려지는 숙명의 일언을 듣기위해 요안나 수녀와 몇몇 여인들이 법정입구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난 주심판사의 호명에이어서 꺼질듯한 한숨을 몰아쉬며 피고석에 나가섰다.

『피고인의 존속살인 미수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에 대하여 판결 선고를 한다. 피고인 이창규에게 형법에 250조 동법 제254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한다. 피고인 이창규에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를 적용하여 징역6월에 처한다. 피고인 이창규에게 폭력행위 등 처벌에관한 법률 제2조를 적용하여 징역6월에 차한다. 구금일수 중 180일을 위 본인에게 삽입한다. 본판결 중 불복이 있을때는 7일내에 항소하시오』

판사의 판결 선고에 관한 주문낭독이 끝나자 방청석은 다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