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정엘 다녀왔다 마침 주일이다 성당에 가서 미사참례도 하고 오랫동안 못 뵈었던 어른들과 친구들을 만났다.
결혼 5년만에 교적을 네번이나 옮겨간 타향성당에선 소외감 이랄까 낯설음으로 인한 서먹서먹함으로 미사를 마치고도 그 많은 사람들과 인사 한마디 못 나누고 마당에서계신 신부님께 꾸벅 절만하곤 집으로 돌아오곤 했는데…
과연 애고향이로구나!
결혼하고 친정과 고향을 훌쩍 떠나 타향에 가니 미사참례도 왜 그렇게 허전한지. 인간의 속좁은 느낌이겠지만 부모 친지 친구 없는 성당에서는 하느님도 낯설게만 보이는지…
고향 떠난 사람들이 명절대면 더욱 외롭듯이 부활절 성탄절 같은 큰 축일이면 더욱 외롭고 허전해서 옛 추억을 더듬는다. 친정에 가고 싶은 마음까지 발동해서 눈물을 흘리곤 했었다. 부활절이면 달도 밝았다.
성탄절엔 추운 지하실에서 동동 발을 굴려가면서도 밤11시까지 성가 연습을 하던 추억!
그래서 부활절과 성탄절이면 내 마음은 더욱 고향을 그리게 된다. 맘 같아선 성가대에라도 들어서 목청껏 노래나 불러 보고 싶다. 낯선 사람을 오라는 이도 없지만、개구장이 두 아이들 등살에 미사참례도 마당에서 하는 형편에 감히 엄두도 못 내겠고、그렇다고 아무나 붙들고 회포를 풀 주제넘는 성격도 아니고…정말 모처럼의 친정나들이는 고향의 따뜻함을 듬뿍 안겨주었다.
결혼 초에는 친정엘 가도 부끄러운 마음에 겨우 미사참례만 하고 집으로 도망쳤는데 이제 인정이 그립고 아는 얼굴이 그리운건 나도 늙어가고 있다는 증거 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내가 살고 있는 우리본당으로 되돌아 왔다.
그러나 우리 본당이란 말 자체가 아직도 날 서먹서먹하게 함은 웬일일까?
오늘도 주일미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아는 얼굴을 찾아보았지만 그저 눈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얼굴들밖에 보이질 않는 허전함은 어찌할 수 없다.
사람은 왜 이렇게 과거에 집착하며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 아이들이 자라서 학교에라도 가게 되면 좀 나아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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