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빗속을 걸어 새벽미사를 다녀오며 지난 1년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빠가 떠나신 후 아무것도 못하고 울기만 하던 내가 어쩌면 이렇게 큰 일들을 해낼 수 있었을까하고 자신도 감탄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건 모든 것이 부족한 저를 가엾게 여기신 주님께서 방법을 가르쳐 주시며 이끌어 주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빠가 떠나신 후 계속 망설이다 지난 5월 13일에 결단을 내려 서울로 이사를 했습니다. 마태오를 옆에서 지켜보며 그의 진로를 걱정만 할게 아니라 뛰어들어 찾아 볼려고요.
주님께서도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아빠 없는 마태오가 이젠 모든 사람의 사랑과 관심속의 아들이 되었습니다.
뇌성마비로 인해 전신장애자인 마태오가 입에 붓을 물고 그림 그리며 입에 막대기를 물고 전동 타자를 치며 공부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인들 했겠습니까?
그가 2학년 때 처음 그림공부를 시작하던 것이 생각납니다. 붓을 입에 물면 침이 흐르고 말을 안듣는 손은 제멋대로 흔들어 물통을 뒤집어 엎고 그림을 그리는게 아니라 오히려 온몸과 화첩에 열룩 투성이던….
그래도 어린 마태오는 그림에 어느정도 자신이 생겨 여러번의 그림대회에 출전하여 상장을 타기도 했어요
지난5월에는 뇌성마비아를 위한 자선 초대전이 세종회관 전시실에서 열렸었습니다. 우리 마태오의 그림도「나무들」과「얼굴」두 점이 출품되었었죠.
입으로 그린 그림이라 그런지 인기가 대단했었습니다.
타자 솜씨도 이젠 익숙해졌습니다. 타자로 편지도 쓰고 일기도 또박또박 쓰고 있습니다.
이빠가 떠나시기 전에『하느님 앞에는 다 똑같은 자식이니 마태오를 불쌍해하지 말고 떳떳이 키우라』하신 말씀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마태오는 정말 구김 없이 명랑하게 커가고 있습니다.
몸은 불편해도 지능엔 전혀 장애가 없다는 것 만도 얼마나 다행하고 고마운 일입니까?
공부와 책읽기를 무척 좋아하는 마태오는 내가 놀랄 정도 입니다.
학교문고 6백여 권의 책을 다 읽어 버렸고 그중에서도 좋아하는 위인전이나 공상과학소설은 몇 번씩 읽어서 그의 읽을거리를 구해다 주기도 바쁠 지경입니다.
손을 못쓰는 그는 혓바닥과 이마를 동원하여 책장을 넘기는 어려움도 아랑곳없나봅니다.
며칠 전에 11살된 뇌성마비아의 어머니가 찾아오셨습니다. 그분의 딸은 어떤 시설에 위탁하여 있는게 아니고 집에 그냥 방치해 두셨답니다.
그래서 내가 『아주머니 신체가 부자유하다해서 정신의 계발까지 방치해 둘 수가 있읍니까? 학교에 보내세요』하니『이런 애를 공부는 가르쳐 무엇 합니까?』하시는게 아니겠어요 마침 주말 외출로 집에 와있던 마태오가 그 말을 듣고 무척 화가 났던 모양입니다. 그 아주머니가 가신 후에『엄마、우리들이 정상아와 다른게 뭐야. 손발을 못 쓴다 뿐이지 똑같은 생각을 하고 글을 손으로는 못 쓴다 해도 발가락으로 쓰든 입에 막대를 물고 타자를 치든 자기의 생각을 표현할 수만 있으면 되잖아? 왜 어른들 중에는 우리를 이해 못하시는 분들이 있는지 몰라!』하며 흥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렇게 향학열에 불타는 마태오를 볼 때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마태오의 나이 13살、이제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연세재활원 부속 특수학교는 초등학교과정 밖에 없잖아요? 이제 몇 개월 후 졸업을 하게 되면 동시에 재활원에서도 퇴원을 해야합니다.
그럼 마태오가 갈 곳은 어디에 있습니까? 올해 부터 삼육재활원에 뇌성마비아의 중학과정이 생겼다 하지만 우리 마태오같이 식사와 화장실 사용까지 도와주어야하는 중한 환자는 갈수가 없답니다. 그럼 미래에 작가나 화가나 되기를 꿈꾸는 마태오를 여기서 중단시키고 집으로 데려와야 합니까?
집에 오는 것도 그렇지요 아빠가 안 계신 지금 안팎이일을 혼자 해야 하는 내가 마태오의 시중에 매이게 되면 우리가정의 경제와 아녜스나 아가다의 교육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비단 저 뿐이 아니고 이런 장애자를 거느린 모든 부모들은 다 똑같은 심정이겠지요. 우리나라도 하루속히 다른 선진국같이 복지사회가 실현되어 자립은 물론 나아가서는 그들 나름대로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해요.
얼마 전 선진국의 재활사업에 관한 슬라이드를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엔 이런 장애자들의 생활은 물론 국가에서 보장해주고 있지만 그들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긍지를 주기위해서 자기장애에 적응할 수 있는 일거리가 주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심지어는 너무 심한 장애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청년이 다른 사람의 일하는 손위에 자기손을 얹어놓고 있는것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일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귀찮기만 하겠지만 그래도 일을 같이 한다는 자부심을 주기위해서 랍니다.
그런 나라들도 오늘이 있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합니다. 가장 절실한 엄마들에 의하여 시작된 것이 이젠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이해 속에서 더 진보적이고 과학적인 시설이 이루어졌다합니다. 이제 아빠가 안계시고 마태오가 전신장애자라고 눈물 흘리고 한숨을 숼 때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천을 떠나올 때 본당 신부님께서 하신『형태가 다를 뿐이지 어느누구에게든 다 크고작은 십자가는 있게 마련』이라는 말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잘 살아 보겠습니다.
우선 우리나라엔 아직 뇌성마비가 무엇인지 조차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하긴 저도 마태오를 낳기 전까지는 몰랐었지만.
그래서 글쓰는 재주야 없지만 마태오와 같이 수기를 썼습니다. 아마 8월 중순쯤이면 출판 될 것입니다.
문장력은 없으나 우리의 진실을 호소한 글이니 많은분들에 이해해 주실 것이라는 확신과 또우리보다 더 못한 처지에 있는 분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이 되겠습니까?
들에 버려진 풀 한포기에도 주의 섭리가 계시다는데 이렇게 밝고 꿋꿋이 살려는 우리들에게 주님의 빛이 비치지 않겠읍니까?
아빠는 주님 곁에 계시니까 저의 미약한 기도지만 큰 성과가 이루어지도록 전구해주세요.
오늘하루도 땀 흘리며 열심히 살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드리며 소식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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