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이 없다는 속담이 있다. 한국 가톨릭교회도 가지가 무성한 큰 나무가 되고 보니 자연 크고 작은 바람이 잦을 수 밖에 없다. 7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교회 안에 지학순 주교 사건을 위시해서 명동기도회 사건ㆍ전주교구사제단 사건 등 거센 바람들이 지나갔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안동교구 안에서 또다시 태풍정도의 세찬바람이 불어 닥쳤다. 이 사건의 내용은 이미 본보와 일반지에서 자세히 사건의 내용을 간추려본다면 다음과 같다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이사인 吳元春씨(알퐁소)가 78년도에 그의 고향인 경북 영양군 청기면에서 일어난「청기 감자피해보상」사건을 위한 농민의 권익웅호에 앞장섰던 일이 있었다.
그런데 吳씨는 79년 5월 5일부터 21일 사이에 某기관원에 납치되어 포항 울릉도 등지로 연행、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안동교구사제단에게 그의 양심선언의 서약하에 진술하였고 이사실에 대해 동사제단은 문제를 중대시 경찰당국에 진상을 추궁하자 경찰당국은 이를 조사한 후 吳씨의 피납 주장은 자기 사생활 문제를 위장한 허위 조작이라고 단정、吳씨와 안동교구 사목국장이고 가톨릭농민회 지도신부인 鄭鎬勳 신부와 同농민회 총무인 鄭在墩씨 등 3명을 피납 조작、허위사실유포 등의 죄명으로 구속하였다.
이에 대해 안동교구 사제단은 면밀한 조사 자료에 의해 吳씨의 피납 사실이 허위가 아님을 주장하고 또 주교회의 상임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신중숙의 한 끝에 20일、담화문을 통해『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이사 오원춘씨 사건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 하였다. 요는 吳씨의 피납이 사실이냐 조작이냐에 관해 교회의 견해와 경찰당국의 견해가 크게 상반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본란은 사건의 중대성에 비추어 그 진상이 하루속히 판명되어 어떤 선입견이나 특정목적에 의해 진실이 허위로 조작되거나 허위가 진실로 둔갑되는 일이 없이 진실이 진실대로 백일하에 들어나기를 기대하고 촉구하는 바이다. 이때에 다시 한 번 교회의 사명수행과 현실참어에 관하여 깊은 성찰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교회는 세상을 福音化하는데 근본적 사명을 가졌고 복음화의 내용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살아가도록 이를 알려주고 증거를 보여주어야 하는 데에 있음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또 복음화의 종국적인 목적은 인류의 구원 즉 하느님나라의 건설과 확장에 있는 것이고 그 구체적인 실천은 진리와 정의와 평화와 자유와 이 모든것의 종합인 사랑으로 귀착된다.
그리고 이 진리 정의 평화 자유 사랑의 가치요소는 개별적으로 분리될 수 없고 서로가 밀접히 관련되는 복합적인 것이다. 이번의 안동교구사건에 대처하는 자세에 있어서도 이러한 복음적 가치에 부합시키는 기준을 두어야 하겠다.
첫째로 진리는 곧 참됨이오 진실을 말한다. 예수께서 하신『나는 오직진리를 증언하려고 났으며、그 때문에 세상에 왔다』(요한18ㆍ37)는 말씀에 따라 이 세상에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모든 진리를 전해야하고 또 그에 따르는 모든 진실을 선포하고 증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생명을 바친 많은 殉敎者들이 바로 진리의 증거자였음을 우리는 명심해야하겠다. 일시적인 이익이나 위험 때문에 진리를 외면하거나 위험 때문에 진리를 외면하거나 배반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라 할 수 없다. 둘째로 정의는 義로 우선 하느님의 본성에서 나오는 도덕기준으로서「오직 하느님의 나라와 義를 구하라」는 말씀이나「정의를 위해 일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은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라」는 말씀들은「정의」를 사람들의 의식주보다도 생명보다도 더 중하게 여기시는 가르침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스스로가 정의를 행하고 부정을 피함은 물론이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부정에 대해서도 이를 바로잡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다. 이번 안동교구 농민회사건도 이러한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서 평가되어야 한다. 끝으로 이번사건의 해결에는 事必歸正이란 원리에 의거해서 진리와 정의와 사랑의 원천이신 하느님의 섭리와 은총에 희망을 걸고 간절한 기도를 바치면서 우리의 할 수 있는 힘을 다하기를 기대한다.
특별히 이러한 교회의 난국을 당하여 全교회는 약간의 의견 차이를 그리스도의 간곡한「하나 되라」는 소망 안에 일치시켜 교회의 신비로운 공동체성이 발휘되기를 갈망하며 아울러 구속 중에 있는 사제와 신자들이 조속히 석방되기를 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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