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땀을 찍어 내면서 담장을 쓰고 있는 내가 딱해 보였던지 냉커피니 물수건이니 나르던 정이 한마디 한다.
『엄마 전화로 하지 그래요』
물수건으로 문지르고 선풍기 앞으로 다가앉아 정의 말을 되새겨 본다. 전화 다이얼을 돌려 잘 있느냐 편지 고맙다. 몸조심하여라. 직접 육성으로 다정한말 몇 마디를 주고받는다면 시간도 절약되고 답장을 쓰는 수고가 생략된다는 얘기리라.
내가 정의 나이 또래일 때에도 집에 전하는 있었다. 그러나 나는 깊어가는 겨울밤 벗들에게 별을 헤는 얘기랑 하얀 종이에 정성껏 편지를 쓰면서 따뜻한 우정을 가슴이 젖도록 품어보던 낭만이 있었을 뿐、간단한 전화사용은 생각도 안했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만날 약속을 전화로 처리하고、헤어지면서 전화하라는 약속을 또 한다. 사랑의 밀어는 더구나 편지 따위에 미련한 낭비(?)를 절대로 않는다.
편지를 안 쓰게 된 세대….
보낼 곳이 없는데.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는 계절이 오면 낙엽지는 소리를 재면서 편지를 쓰던 추억이 있다.
내가 맨 처음 러브레터를 받은 여고 1학년 여름、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수줍은 남학생이 보낸 그편지내용은 무슨 사랑의 시(詩)같은 아름다운 글을 어디에서 복사해온 듯 했다. 맵시 나게 귀나게 접은 그때의 편지를 생각하면 아득하게 밀려오는 그리움 같은 파문을 느낀다. 직장에서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먹고 나서 사랑의 글을 몇 마디 아내에게 써 보내는 얘긴 어떨까. 이글을 읽으면 정이나 집의 다른 아이들이 웃을까? 우린 교복 속에 꿈을 곱게 키우면서 매일만나는 학교 짝궁에게 편지를 써 보내면 꼬박꼬박 답장이 오고….
『엄마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요. 참』
아이들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지.
학교에서 어버이날에 편지를 쓰도록 미리 편지지랑 준비를 시킬 때가 있다. 반드시 몇 명의학생은 쩔쩔매면서 힘겨워한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편지는?』
『그건>로 보내서 받은지』
요즘 아이들의 재치문답(?)으로나 등장할「편지」인가. 잘못을 저질러서 선생님께 제출하는「반성문」같은 거로나 여기고 있다면-、어쩐지 요즘 젊은이들의 가치관의 각박스러움이 갑자기 크게 다가오는 느낌이어서 섬찍하다.
얼마 전 미국에서 어린이들에게 하느님께 편지를 쓰게 한 해외소식란을 보며、부러움 같은걸 느꼈다. 내사랑하는 자녀를 위한 교육이란 조기교육이라고 확신하는 인텔리 엄마들을 생각했다. 다섯 살 만 되면 피아노다 미술학원이다. 열심히 끌고 다니는 젊고 아름다운 이웃의 엄마들….
방학 때면 의무적으로 담임선생님께 문안편지를 쓰도록 해서 이 더운날에 궁상맞게 엎드려 하루에 십여통 씩 답장 쓰는 이 엄마를 내 딸은 이해를 못하겠단다.
『얘들아 여기 우표랑 편지랑 다 있다. 너희들도 담임선생님께 편지 드려라. 그리고 대부님 대모님께도…』
나는 기도하듯이 가끔 두 눈을 지긋이 감아보며 편지를 쓴다.
지금까지는 文學評論家이신 송상일씨께서 수고해 주셨습니다. 이번 號부터는 詩人이신 趙順愛씨께서 집필 해주시겠습니다.
<편집자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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