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
『응 나와 있었구나. 그런데 외가에서는 누가 왔던? 그리고 부산 큰 외삼촌과 외숙모는 왔던?』
『부산에서는 곧 오시겠다는 전보만 오고예、 마산에서는 작은 외할부지하고 큰 이모님하고만 왔입니더』
『그래 부산에서는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단 말이지? 그럼 내가 오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악녀 최여인 부부가 오지 않았다는데 실망한 나머지 발길을 되돌리려했으나 행여나 하는 작은 기다림이 나의 발길을 묶어버렸다. 전원 넓은곳에는 국방색 대형천막이 드리워져있었고 그 아래로는 예식준비를 하느라고 몇몇 사람들이 법석을 떨고 있었다. 대청마루에는 대동댁이라 불리우는 둘째누이가 부엌을 향해 무엇인가를 소리치다 버선발로 뛰쳐나온다.
『아이구 이자식아! 어서오이라. 니가 온다는 소리듣고 몇 분이나 내다봤는지 모른다이. 자아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 순자가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있다. 잘 왔다. 잘 왔어. 자 어서들어가자. 옷이 다 젖었네』 난 묵묵히 입을 다문 채 누이에게 인도되어 마루위에 걸터앉아 주위를 한바퀴 휘둘러 보고는 이내 생질녀 순자 방으로 들어갔다.
『아! 외삼촌 오셨군요. 잘 오셨습니다. 전 영영 외삼촌 못 뵈올 줄 알았는데…』
『세상 사람들이 다 너희들만 같으면 웃으며 살겠지? 하지만 세상이… 미안하다. 오늘은 푸념 같은 소리들랑 말아야지. 널 위해서라도…』
『외삼촌! 고맙습니다. 큰 이모님에게 인사는…』
『니는 이놈아、 누이도 눈에 안보이나? 보고도 모른척 하기로?』
『아니! 누가 나의 누나인가요? 언제 나 같은、 아우를 둔적이 있었나요? 당신이 찾고 있는 그 동생은 그 순진하고 착한동생은 이미 작년여름에 죽었습니다. 난 적자가 아닌 계모의 소생이되고 보니 당신같이 위대한분들의 아우가 될 자격마저 없는 사람이며 또한 당신처럼 위대한분을 누나로 모신적도 없습니다. 박쥐 같은 인간들、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난 그렇게 쉽게 죽지는 않을거요. 당신들의 얄팍한 혓바닥속에 양기가 있다면 나의마음속엔 피를 토하는 복수의 집념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오. 내 생명을 투자하는 복수전이 있을것이란 것을』
주위에선 여인들의 수근거림이 나의 귓전까지 들려왔다. 잠시 후 우중의 텐트 속에서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수많은 친지들、 그리고 하례객들은 그들의 미래를 축복이라도 하려는 듯 저마다 우산들을 받쳐 들고 그들의 결혼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음 한 놈와 있다. 하나 꼭 있어야 할 두 년 놈이 없는걸. 년 놈들、곧 도착하겠지.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 네놈이라도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다. 나의 계획속에는 변경이 있을 수가 없으니까… 밤은 소리 없이 깊어만 가고 있었다. 자정이 가까울 무렵에야 하례객들이 비틀걸음으로 자리를 뜨고 있었다. 난 사랑방으로 거처를 정하고 친정을 바라본 채 벌렁하게 드러누워 버렸다.>
『처남 오늘 정말 어려운걸음 해주어 고맙네』
『정작 와야 할 사람은 오지 않고 불청객의 때 아닌 방문으로 마음이 상하신 모양이죠?』
『처남、 세상을 그토록 비뚤게만 보지 말게. 오늘 같은 경사에 꼭 와야 할 사람이 누군가? 나에겐 모두가 귀한 손님들이었네. 낸들 처남의 감정을 모르는 바는 아닐세. 오늘 처남이 당하고 있는 고통을 난 너무나 잘 알고 있네. 하지만 그 감정들을 억제하는 길만이 처남이 사는 길 일세』
『자형. 미안합니다. 하지만 사나이가 세상에 태어나서 큰일한번 하지 못하고 악마들의 놀림감으로 허우적이다 죽을수 만은 없지 않습니까? 난 죄를 짓지 않았습니다. 금력에 눈이 어두워 가난하게나마 깨끗하게 살아가려는 형제들마저 모함하여 정죄하고 교수대에 올려 죽이려던 저 무서운 악마들. 내 목숨을 걸고 1백83일의 원한을 풀고야 말 것입니다. 난 그들의 혓바닥을 잘라 아버지의 무덤에 바칠 것이며 그들의 심장을 뽑아 한 토막도 남김없이 뜯어먹고 말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난죽어도 눈을 감지 못할 테니까요. 내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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