門峴聖堂 꾸르실료 단원 50명은 교우 金아가다씨의 호의로 전세버스를 내어 오늘 언양 살티 공소를 찾게 되었다.
찌푸렸던 하늘은 결국 비가 쏟아지고 말았다. 비가 오는데도 가는것인가. 하늘을 원망하면서 그래도 성당으로 갔다.
그동안 내렸던 비로 곰보길에는 빗물이 고여있어 쏜살처럼 달려가는 차들에 몹시 신경이 쓰인다.
겨우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내리는 비에 山野의 녹음이 뿌옇게 젖빛으로 흐리고 벼들도 이제는 땅내를 맡았는지 제법 짙푸른 빛을 띠고 있다.
멀리 天聖山 元曉山기슭에는 목장의 빨간 원통형 건물이 서구적인 풍경을 드러내고 있다.
버스 안에서는 무료했던지 본당 신부님께서 로사리오를 바치자고 한다. 다른 단체와는 달리 너무나 조용하고 점잖아보였다.
빗속이라 조심히 몰았던 버스인지라 예정보다 20분 늦게 언양에 도착했다.
프랑스신부님이 80년전에 세웠다는 언양성당은 부사 범일동성당에서 분가 받아 오늘날에 이르렀고 요즘모양의 불로크와 씨멘트로 된 경박한 건축과는 달리 화강석으로 쌓아올린 성당건물과 첨탑으로 된 종각은 고색 참연하고 장엄하기 이루 말 할 수 없다. 10척 높이로 쌓인 돌담에는 검푸른 바위손과 이끼가 끼고 담벽에 붙어 있는 트럼페트 모양의 능소화는 핑크색으로 아름답기만 하다.
성당에 들어서니 보료처럼 깔린 금잔디가 너무나 다정하고 향나무 단풍나무 식나무 그리고 월계수가 진한 녹색을 드러냈다. 청에 진홍의 장미꽃은 선혈처럼、순교자를 위한 고귀한 피처럼 점철되어 어쩐지 마음 아프다.
시간이 없다면서 재촉하는 최회장의 등쌀에 못 이겨 아쉬움을 남긴 채 다시 버스에 올랐다. 자꾸만 멀어져가는 언양성당이 이제는 둘러싸인 대나무숲 만이 조그마한 초점으로 바뀌고 말았다. 1천2백m높이의 가지산에는 구름이 허리를 감았다. 젖빛안개가 쏜살처럼 흐른다. 꼬불탕꼬불탕한 산길을 버스는 경기 걸린 사람처럼 떨면서 비비적거리고 달린다. 연삼일로 계속 내렸던 비가 아직도 미련을 남긴 채 여전히 밉쌀스럽게 따른다. 가지산은 여전 의연히 하늘높이 솟고 계곡의 규모도 범상이 아니다. 바위와 노송과 벽계수가 쾅쾅 소리 내며 흘러내리는 계곡은 선경이요、이미 인간세계와는 거리가 먼 곳이다.
살티마을-.
최 회장이 자란곳이요 최재선 주교님이 자란 곳이요 신부 네 명 수녀 네 명 동정녀 세 명까지 배출했다는 살티 마을은 평화롭고 한적하기만하다 마을에는 눈에 띠게 감나무 배나무가 무성하고 들에도 밭가에도 흔하다.
20호나 될까. 이러한 곳에 어찌 공소가 섰을까. 공소 회장님이 황급히 쫓아 나오셨다.
키가 억세게도 작은 57세의 회장님은 세모꼴 얼굴에 만면에 웃음꽃을 피우면서 대환영이시다.
지금으로부터 86년전 천주교가 박해를 받았을 때 당시에는 심심산골이었던 이곳으로 용하게도 피해왔다는 것이다. 천주교를 버리면 높은 벼슬까지도 주겠다는 유혹도 뿌리치고 깊은 밤중에 일가 권속을 데리고 길도 없는 산속을 찾아들었으니 그 고통이야 오죽했을까.
공소는 15평 남짓한 넓이에 제단도 깨끗하게 마련됐다. 주위에는 귀목나무 삼나무가 하늘을 덮고 이곳저곳에서 매미들도 때를 만난 듯이 울어댄다. 공소 종탑에서 미사를 알리는 종소리가 온 마을에 울려 퍼진다. 부산에서 형제자매가 오고 신부 수녀가 오셨다고 시골사람들은 명절 때나 입는 단장으로 모여들었다.
수녀님이 제단에 꽃을 손보시고 미사 준비에 바쁘시다. 신부님이 제의로 갈아입으시고 최 회장의 독서는 시작되었다. 살티마을 사람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집단이 한 가족이요 한 형제다. 길흉사는 마을사람자신의 일이요 남의일이 아니다. 여기서 참다운 종교의 힘을 알았다. 축복받은 마을 강복 받은 살티마을、 사람들에겐 천주교가 바로 생명이요 삶의 목적인 것만 같아 마음 뿌듯함을 금할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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