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복자성월이다. 이 성월은 죽음으로 신앙을 증거한 순교복자들과 선열들을 더욱 현양하여 특별한 공경과 사랑을 바치며 그 유덕을 따르고 얼을 되새겨 우리의 신앙자세를 다시 한 번 가다듬어야 하는 달이다. 한국교회는 특별히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 1백여년간의 박해와 고난을 거치는 동안에 무수한 순교선열들의 피로써 신앙의 씨앗이 자라 2백년의 연륜을 자랑하는 거목의 교회가 되었다. 인고의 여름이 지나고 결실의 가을을 맞듯이 한국교회는 이제 풍성한 신앙의 열매를 맺어야할 때이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교회는 아직도 순교선열들의 유지와 유덕을 따름이 부족하여 풍성한 신앙의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순교선열들을 공경하고 사랑하는 열도가 너무나 미약 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 성월을 계기로 새로운 각성이 요망되는 바이다.
첫째로 우리는 순교선열들이 우리 교회에 주는 외적축복을 저버리지 말아야한다. 한국교회는 곧 선교2백주년을 맞이하면서도 교세가 전인구의 3ㆍ3%인 1백20만 정도인바 이는 우리교회보다 1백년이나 뒤늦어 선교를 시작한 갈라져나간 형제들의 교세에비하면 4분의1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씨앗이 땅에 떨어져 썩지 않으면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없는바 한국교회에 많은 열매가 맺어지기 위하여 순교선열들이죽음으로써 축복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유지와 유덕을 따르지 못하고 은혜로운 축복을 저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우리는 순교선열들이 우리에게 내려준 감히 측정할 수도 볼 수도 없는 내적축복을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순교선열들의 공로가 그리스도와 성인들의 공로로 쌓여진 교회보고의 값진 보화를 더욱 충만케 하여 교회가 베푸는 대사(大赦)로서 우리에게 주어지고 있는바 우리는 그들의 공로의 보화에 힘입어 자신과 세상을 성화하여 하느님나라 건설에 이바지해야한다. 따라서 우리는 순교선열들에게 받은 내ㆍ외적인 축복에 감사드리며 순교자적 정신과 용덕으로 복음을 생활화하고 증거해야만 유지와 유덕을 따를 수 있다.
세째로 우리는 순교선열들의 시성시복을 위해 적극 기도하기를 촉구해마지않는다. 한국교회는 1백3위 복자의 시성과 그 밖의 무수한 순교 선열들의 시복을 위해 지난 76년 9월에 서울에서 각 교구대표 37명의 발기인사가 모여「한국천주교 시성시복 추진위원회」를 구성、발족한 이후 우선 1백3위복자의 시성신청서를 작성하여 교황청에 제출한바있으나 아직도 시성의 조건이 되는 기적이 없어 성이 품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그러나 그 기적은 우리의 착한 생활과 열심한 기도로써 허락될 수 있는바 아직 공인된 기적이 없음은 오직 우리의 무성의와 무관심으로 인하여 우리들의 선행이 부족하고 기적을 청하는 기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성시복을 위한 촉진기도문을 배부 받지 못한 본당이나 공소가 있는가하면、그런 기도문이 나온 사실 조차도 모르는 신자가 있고、강론이나 공지사항을 통해 한 두 번 기도를 촉구하였지만 아예 무관심한 신자들이 많다. 이는 순교선열들의 축복을 받고 있는 우리들 후손으로서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며 모두가 자성해야 할 일이다. 또 시성시복은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이 선행을 하고 기도해야만 되는 일이다. 그러기위해서 전교회적인 계몽운동을 지속적으로 활발히 전개해야 한다.
네째로 우리는 6ㆍ25동란을 전후 하여 공산군이나 공산치하에서 직접간접으로 배교를 강요당하고 피로써 신앙을 지킨 순교자들의 행적 조사 작업도 서둘러야한다. 알려진 바로는 공산군에 의해병사、옥사、행방불명된 성직、수도자는150명에 달하고 있다. 그리고 성직자、수도자들에게 자행된 공산군의만행으로 미루어 볼 때 당시북한에 잔류한 약5만의 신자들 중 수많은 신자들이 희생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나 유감스럽게도 이들 희생된 평신도의수는 알아볼 수 없는 상태이다. 74년 9월 복자축일을 계기로 영원한 도움의 성모회가 이들 북한에서의 순교、납치、행방불명자에 대한 행적조사를 한일이있으나그후중단된상태에있는것으로안다
조사를 서둘러야할 이유는 증언자가 매년 감소되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도 유물이 소실되어가고 있으며 시일이 경과할수록 더욱 조사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 성월에 갖는 각종 현양행사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순교 선열들을 현양하고자 한다면 일시적인 현양행사들로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하루속히 103위 복자가 성인품에 올라 전 세계교회의 공경을 받을 수 있고 그 밖의 무수한 순교선열들이 복자위에 오를 수 있게끔 한국교회 전체가 지속적인 열의와 기도와 노력을 다함으로써 순교선열들을 행사나 말로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현양해야한다. 그러나 작금의 우리교회는 이러한 일들에는 둔감한 채 엉뚱한 일들에 시간과 정력을 소모하고 있는 느낌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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