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택시를 타노라면 마음이 문자 그대로 좌불안석이다. 행선지가 나쁘면 운전기사의 낯 색이 노골적으로 굳어지고 말씨 또한 퉁명스러워 진다. 양해 없이 합승을 시키는 것 까지 왈가왈부 하고 싶지 않으나 중도의 편승자에게 주행요금이상을 받는다거나 거스름돈을 내주지 않는 경우엔 기분이 상해진다. 뿐만 이랴、승객이 있건 말건 오불관언、보행자에게나 같은 운행기사를 향해 욕설을 퍼붓기 일쑤고 불안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폭주하기가 예사다
그때마다 시시비비를 따지자면 아예 택시와 인연을 끊을 도리밖에 없겠다.
그래서 대부분 참고 또 참는다. 아니、비위를 맞춰 주려고 애쓰게 쯤도 되었다.
그러나 다름 각도에서 보면 운전사들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 바도 아니다.
격일제 노동이라지만 새벽부터 자정까지의 운행에 심신이 피로하기도 할 터이고 심술궂은 보행자나 승객 때문에 신경질이 날 법도하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쫓기는 일당수입에 있을 것 같다. 육류 값은 올랐는데 지입금은 그대로이니 교류규칙을 지켜가며 친절을 다할라치면 집에는 빈손으로 돌아가게 된단다. 이런 이유라면 그들에게 누가 과연 돌을 던질 수 있으랴.
며칠 전 출근길에 택시 합승을 했다. 노량진역에서 인도교에 이르는 차도는 차량 정체현상이 극심한 터라 택시는 큰길을 피하여 본동의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그길은 노면이 불량하고 구불구불 한데다 등교하는 어린이들도 많은데 운전사는 우악스럽게 몰아대고 있어 마음이 마냥 조마조마 하기만 했다.
한참을 사납게 달리던 중 마침 앞에 천천히 굴러가는 자가용이 한대 나타났다. 앞차가 꾸물대니 이쪽에서 클랙슨을 울려댄다. 서너 번 울렸을까、앞쪽 차 기사가 고개를 내밀고는 왜 재촉하느냐고 화를 내자 이쪽에서 냉큼 쌍욕으로 되받는다. 뭐가 그리 대수로운 일이라고 주고받는 말씨의 강도가 거듭 높아지더니 급기야는 주먹싸움으로 번졌다.
이렇게 되기까지 나를 포함해서 어느 승객도 침묵으로 한 일관했던 점 역시 뒷맛이 씁쓸했다. 평소에 운전기사가 대해 주눅이든 탓이라 핑계하면 그건 비굴하다. 방관이 최선의 자기방어라는 소시민조성으로 둘러댄다면 그 또한 수치스러운 노릇이다. 『의롭지 않은 일은 공익(共益)을 위해 진정시켜야한다』는 가르침 앞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될 일이다.
이 돌발의 난투극은 곧 경관이 달려왔으니 사태가 더한층 딱한 국면으로 접어들었을 게다. 왜들 이럴까?「눈은 눈으로 이빨은 이빨로」라듯이 한쪽에서 조금만 참거나 누그러지면 온전한 일을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대응하니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 게 아닌가.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사랑과 화해와관용의 미덕이 다 메마른 인정이 발톱만 날카롭게 곤두세우게 하는지 모를 일이다.
근간에 벌어진 제1야당의 집안사정도 동일선상에 놓아볼 수 있고 여야관계도 마찬가지로 느껴진다. 극한으로 몰아 부쳐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이나、그런식으로 해결하려는 사고방식은 위험하기 그지없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이웃과 화해하라 이웃을 사랑하라」는 그리스도정신이 이사회 각계각층에 고루 스며들길 열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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