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가는 천주교 난곡본당에서는 지난달에 제1차 피정을 가졌었다. 본당으로서는 처음 갖는 피정인데다 참가인원의 제한도있고 해서 사목위원과 각 단체의 장、그밖에 소수의 희망자를 포함시켜 피정을 받기로 했다.
나는 여태까지「避靜」이란 말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떤건지 알지 못했다. 피정에 들어가서야「 번잡스러움을 피해 조용함속에서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의미를 묵상하며、하느님과의 일치를 구하는 심신수양」임을 알았다. 예수님도 십자가에 못박히시기 전에 자주 혼자 몸으로 조용한곳을 찾아가셔서 기도하고 돌아오신 일들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거니와 피정의 뜻과 의의는 여기서 그 원류를 찾아볼 수 있을 듯하다.
피정에 대해 모르기는、참가자중 몇 분의 꾸르실리스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나와 매한가지였던 것 같다. 그「모른다」는 사실이 피정을 여러모로 돕고 기쁨을 더욱 크게 해주었다고 믿어진다. 왜냐하면, 나와 같은 알맹이 없는 신자도 신앙심 깊고 몇 십년동안 한결같이 성당에 나와 미사를 봉헌한 교우와 일체감을 갖고 융화할 수 있었던 점이다. 「피정」의 교육내용을 모르고 어떻게 전개될는지 진행을 예측할 수 없었기에 선임견이 배제되고 목자를 따라가는 순백의양이 될 수밖에 없었던 점에서 그러하다 .
나은 피정을 통해서 많은 것을 알고 깨우쳤다. 그전에는 하느님은 관념으로만 있었고「現存하는 모습」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받아들이는 사고의 각도가 달라졌다. 하느님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며, 성당의 감실에도、내가 받아 모시는 성체에도、나아가서는 내가 이웃을 사랑하는 거기에도 하느님이「實體」로 계신다는 걸 알았다.
또 신자의 자세라는 것、하느님의 백성이 된다는 것, 그리스도와 올바른 관계에 놓인다는 것이 믿음으로만 이루어지고, 성당에 잘나가는 것으로 다하는 것이 아님도 알았다.
믿음이전에도, 이후에도 더 본질적인 것은「사랑」임을 배웠다. 하느님을 믿음을 믿는 마음을 통해서 구원을 얻는게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는 행위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며 이와 같은 논리를、신자는 자신의 신앙이 요체가 아니라 복음을 전파하고 타인과 일치를 찾는데에 오든 것이 집약되어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내게 있어서「피정」의 보람은 다른 곳에 있었다. 앞서의 깨우침은 미사를 통해서나 교리를 배움으로써도 능히 다 다룰 수 있는 지식이다. 그러나 피정만이 줄 수 있었던건 기쁨이다. 뭐라고 설명할 길 없는 감사와 기쁨의 충만함이다.
피정기간 우리를 인도한 분들은 정능 본당의 평신자 여섯분인데、그들의 정성에서 믿음과 사랑、신다의 사명, 역할 이런것을 모두 감지했다. 그들이 우리에게 줄 것처럼 우리도 남에게 베풀어야함을 안 데에 피정의 참뜻이 있었다 .
또 그전에는 이틀도안 성당에서 지낼일이 피로하고 귀찮게 느껴졌는데、 피정을 끝낸 저녁에는 그런 우려는 간데없고 몸과 마음이 그렇게 가뿐하고 상쾌할 수가 없었다「하루만 더 했으면」하는 생각이 저절로 우러날 지경이었다. 잠시의 틈도 없이 진행된 피정의 끝에「기쁜 마음과 상쾌한 몸」으로 남은건 도무지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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