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평선을 뒤로 남겨두고 사람들은 바다에서 돌아온다. 여름 휴가는 별장의 덧분처럼 굳게 닫히고 여름내 사랑하며 즐기던 보트는 별장의 뒷정원 구석에 쓸쓸히 남는다.
가을이 걸어오는 풀밭에서 풀벌레들은 컨서트(Concert)를 준비하고 있다. 막이 올라가기전의 무대에서 협주곡을 연습하는 악사들처럼 그들은 바쁘다. 벌레들의 협화음은 나즈막 하고 약간의 엄숙성을 지닌것이바하를 느끼게한다. 가만히 들으면 협주곡을 리드하는 비올라의 톤(Tone)도 들을수 있다.
하늘은 멀찌막이 높은 군좌에 앉아 물러간 여름을 차지하여 들어선 가을의 활동을 명상하고 있다. 사람들도 점잖은 하늘을 본따서 명상에 잠겨보려고 하지만 마음은 아직도 여름날의 그추억의 마차위에 있고 새로운 계절은 구름의 마음처럼 헷쎄의 방랑이 시작하는 야릇한 가을의 파라독스(Paradox)에 서성인다.
옥내에 조용히 들어앉아 있기엔 서럽도록 맑은 바깥날씨. 새로운 단장으로서있는 귀여운 나무들의 행진이 우리를 숲으로부른다.
안개는 나무의 다리를 감싸고있는데 우리의 발이 가벼운 소리를내면서 마름잎을 밟는다. 숲은 우리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어 우리는 숲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아직도 사냥꾼이 오기엔 이른、계절의 어귀에서 숲으로가는 과원에 주렁주렁 잘익은 능금이 또한 우리를 기다리고있다. 따라서 한입을 물면 금시 피속에 예지가 흐를것만같은 마법의 과일이다.
그렇듯 능금은 투명한 예지를 자랑하고 있지만 우리의 내부는 실상피빛으로 맺는 고독이 주렁주렁 익어가고있다. 무엇인가를 위해 열어두었던 마음공지에 알차게여는 고독을 우리는 마지막으로 거둘 결실이라고 부를까?
세상에 혼자 남아있다는 소외감과 또 그럴수밖에 없다는 삶의 본질을 가슴으로느끼는 아련한 슬픔도 같이있다. 『가장 아름다운것은 가장슬픈것을 노래한다』(쉘리)고.
나는 외국의 한 소설가가 생각난다. 그는 끝없는 시골길을 자동차로 달리다가해가 지면 낯설은 모텔에서 머문다.
그는 문을 잠그고「쎌러리」를 씹는다 그는 자기가 씹는 사각러리는「쎕러리」소리를 감상하면서 누구의 방해도 받고싶지않은 밤을 보낸다. 목적도 기다림도 없는 여로에서 잠시 묵고가는 모텔에서 작가가 반추한건 분명히 자기만이 소유하는 고독이었다.
길을 가다가 해가 저물면 낯설음 모텔에서 어떤이는 루벤 다리오의 시「봄에부르는 가을의 노래」를 반추하리라.
젊음은 풍요로운 보배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가고 있네.
나는 울고싶을 때 울지 않고
때때로 울고싶지 않을 때
울었노라 … (하략)
절망적으로 풀수 없는 삶의 모순을우리는 언제나 역설하면서 사는 지혜를가진다
사람들이 돌아오는 광장의 물결을 역류하면서 떠나고싶은 이는 이 가을에 떠나게 할 일이다. 우리는 떠나는 이유를 묻지 않을뿐만 아니라 목적지를 알려고도하지 않는다. 그의 여로의 동반자는 고독일것이고『현실은 고독의 댓가에서만이얻어지는것』(릴케) 이라는 것을 우리는다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詩人이신 愼重信씨께서 수고해 주셨읍니다. 이번號부터는 역시 詩人이신 崔鮮玲씨께서 집필해 주시겠읍니다.
<편집자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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