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나는 가톨릭시보의 묵은 신문을 뒤지다가 나의일생 가장 기쁜소식을 발견했다.
심봉사의 황성 맹인잔치의 기쁨도 아니고、다라법사가 말해준 암굴왕의 보물발견도 아닌, 이세상 어떠한 기쁜소식보다도 나에겐 가장기쁜 소식이었다.
『어둠속에 살아가는 불행한 이웃에게 제2의 광명을 되찾아주자』는 제목으로 사후 신체의 일부를 남겨 어둠속에서 실의와 이웃에게 새생명의 기쁨을 불어넣어주는「헌안운동」이 성모병원 안은행을 중심으로 불붙기 시작하고 있다는 기사였는데 가톨릭시보를 봐오면서도 왜 이날의 신문을 놓쳤는가하고 몹시 후회했다
그러나 나는 이제라도늦지 않았다고 결심하고 이 기쁜소식을 가족에게 전하면서 전가족이 빠짐없이 참가할것을 권유했으나 누구나 반대하고 나섰다.
우리가족은 매일같이「내 비록 죄가 많사오나 주께받은 몸과 마음을 오롯이 도로마쳐, 찬미와 봉사의 제물로 드리오니 어여삐 여기시어 받아들이소서」라는 기도를 드리지않았는가? 지금껏 우리 가족이 성당에 드나들면서 봉사자의 제물로 무엇을 바쳤던가. 빈손을 치켜들고 가서「주님! 봉사의 제물을 받으세요」라는 입에 붙은 말만 되풀이한다면 그때마다 주님의 심정은 어떠실까? 우리는 매일같이 주님을 속여 왔건만 늘 용서하시고 우리의 言行이 일치하기를 기다리면서 회개의 기회를 주시는것이 아닐까?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를 위하여 산몸으로 전체를 바치지않으셨는가. 주께서 주신 눈을 생전에 잘쓰고 죽으면서 도로 바치는것이 당연한일이 아닌가. 산눈을 빼어바치는 일은 어려운일이지만 사후에 바치는것이 그리 어려운일인가. 눈뿐만 아니라 전신의 어느 부분이든지 쓸모있는 것이라면 모두 바치고 싶은 심정이다.
더욱이 내가 그기사를 읽으면서 실망한것은 우리 가톨릭교우로서 참가한분이 극히 적다는 것이었다. 광명을 찾고자 안타깝게 고대하고있는 우리의 형제자매가 이렇게 많은데 비해 이운동에 호용하는 교우가 적은것은 사랑이 모자란 탓이 아닐까? 외국의 안은행에는 오히려 안구가 남아서 수출할 정도라는데 실로 우리의 실정은 한심한 일이 아닐수 없다. 어두운 밤길을 걷는 부처의 앞길에 등불을 비춘 난타(難陀)보살의 봉사에 비긴다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이 조그마한 봉사로써 만분의 일의 보속을 한다면 얼마나 큰 다행인가? 가난한 난타보살은 궁리끝에 머리를 깎아 팥아 약간의 기름을 마련하여 부처를 모실수 있었는데 난타보살의 등불은 영원히 꺼지지않아서 그녀의 등불-불생불멸(不生不滅)의 등이라 불렀다는 전설이있는데 우리교우들은 모름지기 헌혈이나 헌안으로 다같이 보속을 바치자고 권유하고 싶다.
며칠을 두고 설득한끝에 처음에 모두 반대하던 우리가족전부의 만장일치로 헌안운동에 가담키로 결정했다.
이날은 내일생 가장 기쁜날이며 또 가장 보람있는 날이었다.
나는죽어도 내눈만은 이세상에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내눈을 받은 사람은 나와같은 생각으로 또 다른 사람에게 제2의 광명을 전하고싶은 생각을 갖게될것이며 그다음사람 역시 같은생각을 갖게될 것이니 말이다. 내눈과 또 우리 가족의 눈은 영원불멸할 것을 믿어의심치 않는다.
끝으로 이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도 나와같은 기쁨을 같이 나누었으면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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