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으로부터 밀려오는 훈풍은 연한가지들을 흔들어주며 남양의 따사로움을 전해주고 북으로의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뜨겁게 내려쏟는 한낮의 태양을 등으로 받으면서 백사장과 연접한 송전을 거닐며 밀어를 속삭이고 있었다.
『오늘따라 무척 수면이 잔잔하죠?』
『네. 잔잔하군요. 하지만 저 잔잔한 수면도 언젠가 광풍이 그의 심장부를 스치게 되면 사나운 물기둥으로 표효하며 온통대지를 휩쓸어 버릴듯이 광폭하여지죠. 그러나 그 고통의 날이 지나게 되면 다시 잔잔해 지고 수천 수만년의 연륜을 헤아리는 동안 그의 가슴은 파랗게 멍이 들었어도 묵묵히 오늘을 지켜온 저 숭고한 집념 저것이 어쩌면 사나이들의 마음이겠지요? 하지만 지금의 내 마음은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의 진통을 겪으며 허우적여왔기에 앞으로의 인생은지금의 저 수면처럼 잔잔하고 저 푸른 초원처럼 평탄하기만을 염원하는것이 솔직한 소망이긴 합니다마는 …』
『하지만 굴곡이 없는 인생을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인생으로서의 진미를 음미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럴런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평탄하기만을 바라는 것은 인간들의 본성이 약하기 때문이니 낸들 어쩔수 없는 일이죠』
『그런데 창규씨는 아직도 그 아가씨를 사랑하고 계신가요?』
『아니, 그 아가씨라니?』
『그 교인이라는 아가씨말예요. 수녀가 됐다던가하는 … 』
『네. 사랑하고 있읍니다. 독녀 최연의 농간으로 우리들의 사랑이 빛을 보진 못했지만 이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이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사랑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이제 신기루속의 뷔너스와도 같은 사람. 그런데 왜 그런것을 묻죠? 남의 아픈상처를 꼬집어주고 싶은 장미의 심술인가요? 나 정양에게 부탁하거니와 앞으론 그런 얘기 꺼내지 말아요. 하긴 여인의 본성이 독랄한 것이니까. 그게 정상이죠. 그러기에 난 여인을 가르켜 게명성, 루스벨등으로 속칭을 붙여주고 싶답니다. 이 모두는 성서속의 설화와도 같은 애기지만 케루빔, 그리고 세라핌과 함께 하느님의 영광에타는 천신으로부터 버림받은 천신, 곧 악마의 속칭이죠』
『창규씨께서 생각하시는 것처럼 여인의 본성이 독랄한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장미의 본성 그것을 곧 여인의 본성이라고는 하셨지만 그 꽃의 내력은 그렇게 독랄한 것이 아닐거예요. 설사 그것이 장미의 본성이라 하더라도 좋읍니다. 창규씨께선 어쩌면 장미의 본성처럼 독랄한 여인상만 보신것 같군요. 비통의 어머니에 성모 마리아와도 같은、 한국의 신사임당과도 같은 위대한 여인상도 얼마든지 있읍니다. 창규씨께서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여인상은 대체 어떤 것인지요?』
『엉겅퀴 속에서도 순결을 지키며 묵묵히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하양백합 아니면 진흙발 흙탕속의 연꽃입니다. 나의 깊은 상처는 그꽃의 향기를 찾고 있읍니다. 그러나 그 꽃의 향기마저도 독녀 최여인의 농간으로 폭풍에 날아간 꽃잎마냥 피기도전에 가지가 꺾이고 목이 부러져 버렸으니 … 하지만 봉대신 꿩이란 말이 있지요? 붙잡을수 없는 봉보다는 날개가 돋지않은 아기꿩! 그 아기꿩도 날개가 돋으면 곧 날아가 버리고 말것입니다. 어차피 그럴것 이라면 난 날개가 돋지 않은 그 아기꿩을 붙잡아야 되겠지요? 그 아기꿩은 지금 내 곁에 있는데 옥! 당신을 붙잡아야겠어. 당신을 사랑하고 싶단 말이다. 명예나 명성이 부분한 영웅과 호걸이 되기보다는 한사람의 평범한 인간이 되고 싶단 말이다. 관념적으로 너무 이상만을 추구하다보니 어제의 비극을 고통과 번민 그리고 괴로움 속에서 허우적여 왔던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한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어. 범부와 범부끼리다. 윽! 난 널 사랑하고 싶다. 사랑하고 싶단 말이다』
『창규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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