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란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그 시대의 풍토와 기류에 따라 진화하기도 하고 퇴화하기도 하는 생리를 가진다. 그래서 언어는 그시대의 감각ㆍ향기ㆍ사고방식을 반영하여 한민족의 문화를 대변한다.
요즈음 미국의 여권신장운동가들은 여성의 정치적 사회적 법적지위의 동등권 주장에서 나아가 심지어 남성 위주인 어휘마저도 수정하여 발표하는데 이르렀다. Mailman(우편배달부)을 Mailperson으로 Congressman을 Ccngressperson으로 한것이 그예들이다. 이런 어휘는 현대라는 특수한 시대와 여권신장운동의 특수한 상황에서 생긴 산물이다.
10여년간의 외국생활에서귀국하니 전에 없었던 생소한 단어들이 많이 생긴것을발견했다.
가령「파출부」「안내양」「운전기사」등이 그것이다. 시간제로 하는일을 돌보아 주는이가 어째서 파출부가 되었는지? 혹은 차장이 어떻게 돼서 안내양으로 어휘가 바뀌어 버렸는지? 구태여 그 이유를 알려고는 하지 않는다. 인간의 의식구조의 변천내지는 사회변천으로 말미암아「운전수」보다는「운전기사」라고 호칭함이 보다 그 직업의 격을 높여주는데 있는것이아닌가하고 긍정적인 해석으로 끝낼 일이다 그런데 그중에는 아무래도 이해가 불가능한 낱말이 있으니 그것은「인간문화재」란 말이다.
「인간문화재」란 어휘의 개념은 선뜻머리에 들어오지 않을뿐만 아니라 그냥 넘겨 버리기에는 그어휘가 지니는 문제의 심각성이 있지않나싶다.
우리나라에서 민족문화보존에 참가한 탁월한 이들을 선정하여 문공부에서「인간문화재」라 지점을 한다고한다.
비판없이 들어오는 서구문명의 범람 속에서 상실해가는 우리 고유문화를 보존하는 뜻에서 문공부의 의도는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도 보면 각민족의 고유문화의 존속을 장려하기 위하여 뉴욕시는 여름이면 센트렐 파크에서 각민족의 민속문화재를 가지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문화란 그민족의 오랜 세월속에서 축적될결과로 민족의 공동소유물이다. 한민족의 문화는 한세대에서 다음세대로 계승되는 민족의 얼속에서 자라는 유물이다.
그런데 한개인을「인간문화재」라고 지정함으로써 문화가 마치 개인의 소유물인것처럼 여기게하는가 하면 또한 문화를 상품화할뿐만아니라 인간마저도 한조각의 도자기같이 느끼게하는 비인간적 냄새를 풍기게 한다.
또한「인간문화재」라고 지정을 당한 이는 어쩌면 자기가 문화의 전매특허를 얻은 것과 같은 착각에 사로잡히지 않으면 민족문화를 마치 자기혼자서만이 창조한것과 같은 환상에 자못 빠질 염려도 없지않다.
나는 일찌기 인류의 정신문화를 깨우쳐준 예수를 인류의「인간문화재」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으며 칼소를 이태리의「인간문화재」라고 하는말도 들어본적이 없다.
문화는 고유적이어야 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는 보편성이 있어야 한다. 문공부는「인간문화재」란 어휘를 바꾸어「뛰어난 민속예술가」혹은「공로상」등으로 호상함이 바람직하다
오늘날 인류는 현대문명이 인간을 비인간화하고 상품화하는 경향을 극복하려는 공동과제를 지니고있다. 우리도 이 과제의 대열에 있기위해서 우선 역사를 역행함이 없는 언어의 세계성을 고려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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