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은 벌써 연중마지막 주간을 예고하고있다. 시련과 격변속에 머물렀던 己末年한해도 가지가지 사여만을 남긴채 서서이 저물어간다.
이제 한국교회사의 한세기를 가름하는 70년대를 결산하고 희망과 포부의 80년대를 전망하게 되었다. 바로이러한 견지에서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1979년의 한국교회를 照明해보고자한다.
첫째、올해는 무엇보다도 선교2백주년을 바라보고 준비하는 웅대한 계획을 수립하는데 급급했던 인상이 짙다
한국시노두스(Synodus) 개최 확정, 3개관구장으로 2백주禱?委구성, 레지오마리에의 민족복음화활동 5개년계획안확정 등을 例로 들수있을것이다. 모두가 교회의 앞날에 대한 밝은 청사진들로서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 뿌듯한 계획들이었다.
뿐만아니라 교회사관계 각종사료나 유적지의 발굴과 성역화작업이 예년에 없이 활발하였던것은 더욱 특기할만한 일이었다고하겠다. 그런데 한가지 유감스러운것은, 교회내에는 아직 미래학자가 적은 탓인지 선교 2백년이되는 1984년대의 한국교회상에 대한 조감도 내지 전망에 대해서는 전혀연구와 논의가없었다는 점이다.
한국교회가 그때에가서도 현재의 형태나 구조를 그대로 가진다는 것일까.
아무쪼록 우리의계획들이 막연한 앞날에대한 空手票가 되지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둘째、올해는 UN이 정한「세계어린이의 해」였다. 지난 2월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어린이 해 사목에 관한 지침」을 발표하여, 기념행사위주의 사업을 지양하고 영구적인 각도에서 어린이의 교육과 복지에 역점을 둘 것을 다짐한 바 있다. 그러나 어린이 해를 다 보내는 현재까지 대부분의 교구에서 여전히 어린이 사목을 위한 계획수립 과정에 있고 어린이 대잔치, 야외미사, 글짓기, 피정 등의 간헐적이고 단편적인 외적행사를 갖는데 그치고 있는 실정이라면 자못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미 본난을 통해서도 지적하였던 것처럼、특히 금년 어린이 해는 가톨릭에서 제창하여 채택되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주교상임위원회의 권고를 상기하는 것이 좋겠다.
뜻깊은 어린이해를 보내면서 교회의 어린이사목 전반에대한 신실한 자기성찰과 어린이사목 또는 주일학교교육에 특별한 중점을두어 진실로 어린이를 어린이化하는 대책수립과 지속적인 실천이 동시에 이루어져야할것이다.
셋째、올해들어 예년에 볼수없었던 고무적인 현상중의 하나는, 서울대교구의 3주간에 걸친 사제생활집중 세미나「아죠르나멘또」(Aggiornamento)로부터 남녀 청년신자들과 장년층은 물론 노년층 할머니들에 이르기까지 전 계층 전신자군을 대상으로 각종교육과 연수회 또는 피정등이 활발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작년11월 이래 반년가까이 준비작업을 하였다는 서울의「아죠르나멘또」는 참가인원과 교육기간, 소용경비와 성과면에서도 국내최대를 기록하였다. 새해에는 여타 교구에서도 사제들을 대상으로한 이러한 교육적기회를 마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더욱 반가운일이 아닐수없다. 그리고 근년에와서 새로운 현상은 성서모임 또는 성서연구의 붐이 크게 조성되고 있는것이다. 지난6월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원서 마련한 성서가족잔치에는 전국에서 대학생 직장인 어버이등 2천 여성서가족이 한자리에 모였었다고한다.
아뭏든 일일이 나열할 수는없지만 금년은 주일학교를 비롯한 제교육분야에서 괄목할만한 한해로 기록될수 있을것이다.
넷째、올해는 또한 對社會的인 면에서도「봉사하는 교회상」을 심기위해 부단히 애써온 한해였던것같다. 지난 여름 중부지방을 강타한 태풍「쥬디」호로인한 수해복구에 각교구 인성회가 보인 지원과 활동은 인상적이었다. 또한 교구와 교구 본당과 본당간의 유대도 한결 깊어진듯하였으며 가톨릭실업인회의 발족도 특기할만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간과할수 없는 사실이 있다.
70년대 한국교회의 특징가운데 하나를「기도회의 교회」라고 한다면 금년은 사회참여문제가 그 절정을 이루었으며 교회와 국가가 유난히도 어려웠던 또한번의 己末年이었다. 이른바「吳元春事件」으로 빚어진 교회내건장과 老少 성직자들사이의 표면화된 갈등은 오늘의 신도 대중들로 하여금 向方을 잃게하여 상당한 혼란을 빚게 한것이 사실이었다. 한해를 되돌아보면서 모름지기 한국교회의 모든 성원은, 늘 새롭게 쇄신되고변혁되어야할(Ecclesia semper reformanda)순례자인 교회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리지나 않았는지 스스로반성할일이다
한해를 보내는 마음이 공연히 무거워지는 것은 웬일인가. 또한해가 헛되이 흘러가고마는 것이나 아닌가 하는 두려움때문이리라. 그나마 남은시간에서라도 70년대를 잘정돈하고 올해를 뜻있게 보내려는 힘찬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신앙의 조상들도 선교2백주년을 준비하는 후손들인 우리들을 위해「결코 구원의 車輪에서 이탈되는 일이 없도록」줄기찬 기도를 바쳐줄 것임에 틀립없다. 「하나되라」는 그리스도의 갈절한 열망대로 和解와 사랑과 一致를 도모할것이냐 아니면 끝없는 分裂만을 초래할것인가. 이것은 전적으로 80년대 교회의 신도인 나자신의 결단여하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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