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근세황족 중에 이프게니 공녀만큼 국민에 대한 인자심이 많은 사람도 드물었다. 어느날 이프게니 공녀는 서울인 스톨홀롬의 거리를 지나다가 문득 힘없이 걷고있는 늙은거지를 보게 되었다. 거지는 불쌍하게도 두눈 마저 보지 못하는 맹인으로 깡마른 강아지의 목에 매인 끄나풀을 소중하게 붙잡고 이끌리듯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공녀는 동정의 눈물로 가득차 가지고 있던 은전을 모두 내어주고 곧 궁전으로 돌아가 시녀를 불렀다. 그리고 깊이간직하고 있던 값비싼 보석들과 귀중품들을 모조리 팔게 하였다. 시녀는 크게 놀라 『어머나! 무얼하실 작정이십니까? 무얼하실 작정이십니까?』『보석을 판돈으로 양로원을 세두려고요』『그렇지만 그런건 오빠이신 국왕페하께 말씀드리면 당장이라도 지으실텐데 이토록 귀중한 보석을...』그러나 아프게니 공녀는 미소를 띄울 뿐이엇다. 이윽고 공녀의 따뜻한 정으로 훌륭한 양로원이 스톡홀럼에 세워졌다. 이듬해 어느 봄날 아침 이 새로운 양로원을 공녀가 방문하였다. 공녀는 각방을 일일이 방문하고 병들고 약한 노인들께는 성심을 다한 위로의 말도 드렸다. 노인들 중에는 이프게니 공녀의 자애깊은 정성에 감격하여 흐느껴우는 사람도 있었다.『봐요! 내 보석들이 이런 곳에 있잖아요!』하고 공녀는 그때 놀라와 했던 시녀를 돌아보며 손짓했다. 거기에는 하얀 침대보위에 병인들이 흘린 감격의 눈물방울이 봄햇볕에 아름답게 빛나고 있던 값진 자연의 보석들을 바꾸어 인간의 영혼을 깊이 감동하게 하는 영원한 사랑의 보석으로 승화시켜 놓았다. 사람은 참으로 놀랍고도 큰힘을 가졌다. 값진 보석을 혼자깊이 간직하기만 함이 아니라 가난한 이웃을 위해 미련없이 내놓은 결단과 자기만족이나 자기과시를 위한 아무런 사심없는 순수한 동기는 큰사랑의 힘이다. 사랑은 인간의 성숙과 완성을 위한 요구를 외면하지 못한다. 사랑은 위장된 평화나 안일에 병들어가는 이웃을 좌시하지 못한다. 사랑은 또한 가혹한 난관을 핑계하며 도피하지 못한다. 봉사와 희생을 동반하는 선익에의 의지는 잠시도 쉬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정진하게 하고 높혀주며 충만하게 한다. 사랑은 동적이다. 연연한 미련이나 그리운 추억, 은밀한 꿈은 자주 자기도취의 속임수가 숨어있음을 옅볼 수 있지만 동적인 사랑의 힘은 모든것을 초극하여 영원의 생명에로 이끌어 준다. 진지에의 열애가 단절된 차가운 지식들을 창조의 슬기로 이끌어 주고、이성과 정의의 냉철함도 사람의 신비안에서 완전을 지향하게 한다. 사랑은 누구도 안일과 일상성의 늪에 누워있지 못하게 한다. 순교의 피도, 순국의 혼도, 사랑의 동적인 힘이 피운 꽃일 것이다. 역사가 기다리며 추앙하는 인물들은 모두가 그의 혼이 발휘한 사항의 크기 때문인 것같다. 그들의 업적이 동적인 사랑의 힘에서 나왔을때 모두가 불멸의 것이 되었다.십자가의 처형은 잔인과 비극의 「스캔들」이다. 그러나 그것이 구세주의 사랑의 극치이기에 골고타의 길은 인류구원의 장한 생명의 길이 되었다. 사랑을 빼고 십자가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다. 창조주이신 하느님께서 스스로 피조물인 인간으로 오시게 한 사랑! 그 사랑이 깃든 새해아침에 사랑의 숯불에 탄 상처를 눈물로 적시며 묵은해를 접고 다시 회개의 불을 가슴에 당긴다.
김길수ㆍ효대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