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당신에게 꼭한가지 보여줄것이있어』
『아니、뭔데요』
난 말없이 캐비넷 깊숙히 넣어둔조그만 보퉁이를 끄집어내고 몇겹으로 싸여진 포장지를 뜯어 내었다.이윽고 마지막 포장지가 쮲겨지자 거기엔 쮲겨지고 헤어진 옷작락들과 피덩이로 염색이 된 옷자락들이 터져나왔다
『이젠 당신을 위해서라도 이런것들을 내일은 처분해 버려야 겠군.이것은 옛날 악녀 최여인의 농간으로 그에게받은 수모의 표정이다.내 어찌 그날의 원한들을 잊을수 있었겠나? 하지만 이젠 다끝났어.이젠당신을 위해서 나의 이 한맺힌 원한을이 피묻은 옷자락들과 함께 태워버리는거다.그리고 원수계명성이 아니라 세상에 둘도없는 형제로 생각하고 내마음으로 부터 그들을 용서하겠어』
『여보 고마워요. 그토록 뼈저린원한들을 절 위해잊어버리시겠다니…』
『옥이!나 밖에좀 나갔다 올께 찬바람을 좀 쐬야겠군.』
『다녀오세요 .술상봐 놓을테니 술 드시지말고요.』
난 허공을 향해 소리라도 치고싶은 충동을 억제할수없어 밖으로 뛰쳐나왔다이골목、저 거리를 무작정쏘아다니다가 밤이 이슥할 무렵에야 조그만 과일봉투를 손에들고 귀가길에들었다。자정이 지나고 새벽녁이 되었으나 흥분된 마음은 잠을 청할수가 없었다.
『여보! 주무시지 않아요?』
『응、웬지 잠이 오지않는군.당신의 그작은 소망하나도 들어주지못하니 당신에게 정말 미안하군.멀지 않은날、그들과도 화해가 이루어 지겠지.그런데 난 이상한 환상을 보고있어』『아니、이상한 환상이라니요?』
『응、당신 화내지말아、어쩌면 당신마저도 내곁을 영원히 떠나고 말것만 같은 불안이…』
『아니 ! 이제 그만 주무세요』
새날을 잉태하는 밤의 진통이 어둠과 함께 사라지고 이제 새아침이 밝은것이다.
『어서 준비하지.병원에 들려봐야지』
『네。저혼자 가도 될거예요.사무실을 비울수는 없잖아요?』
『하긴그래.자그럼 빨리 다녀오도록해。이젠 혼자가 아니니까 조심해야돼.아니! 당신 울고있잖아 왜그래?』
『아니예요.울지않아요.울지않는단 말예요.당신께서는 이렇게…』
『새삼스레 무슨얘기야.어서가봐.무슨일이 있을땐 전화로 연락해요』
한번 나간 사람은 해가져서도 돌아오지 않았다。김한동 산부인과를 위시하여수많은 산부인과 조산소를 모조리 연락을 취해 보았으나 그녀의 소식은 묘연하기만 했다.초조한 가운데 일락서산하고 밤의 장막이 대지를 뒤덮었다. 일과를 마치고 귀사한 일선직원들이 귀가하지 못하고 술잔들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형!너무 걱정하지말고 술이나 한잔하지오。어린애가 아니니까 곧 돌아오겠지요.』
『네.염려들 마시고 많이들 들어요.아직은 이런일이 없엇는데…』
『이선생님! 술한잔드세요.언니 곧돌아오실거예요』
『응 이양이나 내몫까지 많이 들어요.그리고 여러분들이 아직 식전이니까 이양과 조양이 수고를 좀해야겠군.』
밤은 소리없이 깊어만 가고 있었다.이젠 많은 사람들의 웅성거림 마저도 창밖으로 사라지고 말았다.난 여전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으나 이따금식 들려오는 기적소리가 귓전을 스칠때마다난 더없는 고독과 비감에 젖었다。
『이양과 조양이 괜한고생을 하는구나』
『괜찮아요.우리보다도 이선생님께서 고통이 심하겠어요』
『난 아무래도 좋아.방에가서 눈들좀 붙이지 그래』
『우리도 괜찮아요.그런데 언니는 어디로 가시고 속을 썩히실까?전화라도 한통주시지않고』
『울면서 갔어.영문도 모를눈물을 흘리고 갔어.정말 알수없는일이군』
『두분은 우리들이 부러운만큼 금실이 좋았는데 울면서 가셨다니…』
난 내실로 들어가 옷장을 열어 보았다.이상이없었다.다시 책상서랍들을 열어 보았으나 거기도 이상은 없었다.화장대의 서랍을 열자 그기엔 밀봉된 편지가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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