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국일보 문화면에서 읽은 기억이난다。『한국의 기독교가 처음에는 미신타파에 제일 앞장서 있었다.그런데 점차 도착화란 슬로건아래 한국의 민속을 살린다는 것이 그만 한국인 심층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무속적 관념에까지 빠져들고 말았단것 같다.그러나 보니까 신자들의 기도내용이 자기도 모르는 새에 주술적인 요소와 병학을 하는가 하면 종교적인 외적행위 마저도 무속화(巫俗化)하고 있는듯한 인상을 배제할수 없게 되었나보다. 예를들면 헌금을 하는것도 어떤이의 경우에는 절에 시주하는것이나 또는 무당에게 굿을 부탁할때 내는 돈의 개념에서 그리 멀지 않은것 같다』
한마디로 오늘날 한국의 기독교가 자칫하면 기복종교(祈福宗敎)로 전락되는 위기에 놓여있다는 것을 지적한 말이다.
우리톨릭의 현황은 어떠한가…?신부가 미사를 드리고 신자들은 그깊은 의미도 모른채 꾸벅꾸벅 참여한다. 착한신자들은 주일날이면 헌금 챙겨가지고 가야한다는 부담도 소홀치 않을 것 같다.
어떤이는 헌금할 돈은 특별히 깨끗한 돈으로 준비하고、어떤 열성파 할머니들은 구겨진 돈을 잘 다려가지고 성당에 간다.그런가하면 또어떤이는 헌금할 돈이 없어서 성당에도 못가겠다고 울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마침내 한다는 소리가『천당에도 돈이 있어야 간대』하며 자기합리화의 구실을 찾으려고도 한다.
한편 미사를 드리는 신부의 표정에서도 자칫하면 주술적인 인상을 읽어낼 수가 있다. 새 신부 시절엔 그렇지 않았는데 연륜이 쌓이고 세월이 흐를수록 미사드리는 것이며 고백성사 주는것、영세 주는것、병자성사를 주는것 등、모두가 달라진다.
정성이 감소되고 타성이 불고 때론 싫증마저 끼어들어서 기계적인 동작으로 점점 빨리 해치우려는 자세가 생길수도 있다.
그 아름답고 훌륭한 미사성제를 봉헌하는 사제가 발음이 좋지 않은지 마이크사정이 나쁜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빨라서 신자들이 도무지 알아들을수 없는 주문을 외우는것 같다면 차라리 라틴말 미사시절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주일강론 또한 한결같이 개신교 목사들에게 견줄바가 없이 뒤지고있다는 말을 하는 신자들이 적지아니하다. 강론원고도 없이 강론대에 올라가는 신부가있다면 그는 굉장한 실력가라고 뭘 모르는 사람들로 부터는 인정을 받을것이다.그러나 뭘아는 착한신자들은 공연히 신부님이 실수하실까봐 진정으로 불안해 한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미사예물을 내는 신자나 받는 신부나 가끔씩은 미사의 은혜를 돈으로 환산하려는 엄청난 착각내지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것이 농도가 짙을 경우 무당과 흥정하는 아낙네 사이의 이해관계 내지는 모종의 불투명한 관계와 다를 바가 없을것이다.예물을 많이내고 적게내는것은 본인들의 정성여하에 달려있는것이다.
은혜를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지 결코 미사드리는 신부가 아니다. 또한 돈으로써 하느님의 은혜를 사내리는 것이 아니라 오직 우리의 정성을 표시하는것 뿐이다. 구약에 카인은 빈쭉정이 곡식들만 거두어서 아깝지 않게 제사를 올렸지만 아벨은 자기가 수확한 곡식중에서 제일 풍성한 알곡들만 골라서 제사를 올렸다는 설화를 우리는 잘 알고있는 터이다.
낚시가고 등산가는 일부터 시간을 짜놓고 그다음에 주일미사 의무 시간을 어떻게 짤까하다가 결국 낙찰된 곳이 토요 특전미사인 경우가 있다.아이들 과외수업비 동창야유회비 화장품비 술값 담배값 다 제하고 나머지중 일부가 미사헌금인 경우도있다. 카인의 제사는 이에 비해서 양반이 아니었다 생각하니 무당의 떡시루가 더 먹음직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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