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천주교 요리문답책을 보면 천당에 대해서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문]=천당은 무엇이뇨 [답]=천당은 천신과 성인들이 천주를 모시고 완전한 복락을 누리는 곳이니라. 여기서 풍기는 냄새는 매우 정적이라 할 수 있겠다. 즉 살아서 움직이는 생생한 모습이 아니라 곱게 그려진 한포기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감상하는 느낌이다.
언젠가 신부들끼리 피정을 하는데 천당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게 오고갔다. 그때 어떤 신부님이『난 천당에도 골프가 있어야 가네』하면서 골프채를 들고 스윙연습을 계속하셨다. 골프를 굉장히 즐기시는 분이었다. 과연 하느님의 나라에서도 골프라던가 정구 스케이트 수영등 기타 오락시설이 구비되어 있을까…?
정숙한 신학자들은 이런 문제의 제기는 그 자체로서 이미 미신학적이요 유물론적인 사고방식의 부산물이라고 일축해 버리고 말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하느님 나라와 현세 생활과의 관계를 별개의 것으로 뚝 잘라서 생각하고 있는 범속인의 통념을 슬프게 할지도 모른다. 현세에서 자기가 즐기던 것들, 돈지갑 술 담배 오락과 식도락…등이 모조리 끝장이라는 느낌으로 죽음과 저승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위로의 말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어떤 신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로버트처럼 빈틈없이 하느님을 받드는 세상을 상상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말이다. 천국이 만일 성인들과 천사들이 함께 모여 영원토록『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만 부르며 아무런 고통도 긴장도 없이 마냥 행복하기만 한다면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질 것 같다.
변화가 없는 생활은 지루하고 싫증이 난다. 마찬가지로 끝이 없는 행복도 그 가치나 맛이 상실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고통의 문제」라는 책을 쓴 르위는 하늘나라에도 모종의「고통」이 있으리라는 역설을 내놓았다. 즉 하느님과의 일치는 끊임없는 자아포기요 자기개발이며、어떤 의미에서는 자기박탈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성당에선가 이런 투의 강론을 했다가 어떤 할머니한테 혼 난일이 생각난다. 『아니、 신부님 천당에도 고통이 있다니요、이무선 청천 벽력같은 소리입니까요?』하는 것이다.
천당과 지옥의 식사장면을 우화로 꾸민 이야기는 유명하다. 천당이나 지옥의 식사메뉴는 똑같은데 먹는 방식이 다르다.
규칙상 자기 팔의 길이보다 긴 젓가락으로 식사를 해야 하는데 천당에서는 서로 먹여주니까 문제가 없는데 지옥에서는 각자 자기 입으로 넣으려니까 입으로 들어가지 않아서 고통이다.
성서는 천국에 대해서 겨자씨의 비유와 누룩의 비유로 가르치고 있다. 성장과 변화 그리고 발전을 시사하고 있다.
겨자씨는 아주 작은 씨앗이지만 놀라울 만큼 크게 성장한다. 누룩은 새로운 가치에로의 변화와 발전을 가져온다. 이렇게 천국은 죽음 뒤에 갑자기 펼쳐지는 세계가 아니라 이미 이 세상에서 각자의 마음속에서 싹이 트기 시작하고 계속 성장발전이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느냐 하는 것이 바로 나의 천국의 모습이다.
사랑과 평화 속에 매일을 기쁘게 살고 감사하면서 산다면 이미 천국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가. 사랑하는가 모두다 천국의 예표이다. 영원히 시들지 않고 싫증나지 않고 볼수록 가질수록 진정으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것으로 완성되어있는 곳이 바로 천국에서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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