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하는 님 보시옵소서. 죄많은 소녀 먼저 당신 용서를 바람하며 조그만 글월 올립니다. 여기 소녀는 당신에게서 사랑을 배웠고 또한 인생을 배웠습니다. 하오나 당신 곁을 떠나지 않으면 아니될 기구한 운명 또한 저주스럽습니다. 한번의 불장난은 돌이킬수 없는 과오를 범하게했고 참을 수 없는 고통속으로 돌아갔던 것입니다. 그 고통은 당신과의 인과를 맺은 오늘에 이르기가지 계속되었으며 급기야는 그 고통과 괴로움에서 해방되기 위하여 몇차례나 죽음을 각오하고 마음을 도사렸으나 그대마다 젊음에 대한 미련과 당신을 향한 연모의 정이 행위를 억제시켰던 것입니다 그때마다 사유를 고하고용서를 청하려 하였으나복수의 집념에 불타던당신의 무서운성품을 연상하며 몇번이고 돌이질을 했던 것입니다. 그러한 고통속에서도 당신의 뜨거운사랑은 소녀의 어지러운머리를식혀주었습니다. 당신의집념을 꺾고 형식적이나마 예식을 치루었더라면 오늘의 이고통은 주어지지 않았을것인데…. 사랑하는 사람이여! 여기 소녀는 죄많은 생명을 이끌고 당신곁을 떠납니다. 용서하여 주옵소서. 부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못난소녀 간절히 바라옵니다. 안녕히…> 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동안이나마 슬픔과 괴로움을 잊고 살아온 생의 집념이 와르르 무너지는듯한 허탈감에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바보 같은 사람! 아니 내가 바보였어. 당신의 그고통을 모르고 오늘을 살아왔었으니… 하지만 당신도 역시 독탈한 여인이었군』
무서운 고통의날이 지나가고 이제 먼동이 터오고 있었다. 난 의자에 앉은채 책상위에 두다리를 걸치고 연신 담배만 피워대고 있었다. 얼굴과 눈망울은 밤사이에 마신 주기로인해 검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헝클어진 머리칼들은 하늘로 치솟아 있었다. 이윽고 햇살이 창문으로 기어들 무렵 최연소사원 진군이 출근을했다. 그는 사무실을 두리번 거리더니 말없이 술병들을 치웠다.
『형님!형수 소식은 왔습니까?』
『그런 것은 진군이 알바아니야. 가서 술이나 좀 불러와. 그리고 이양은 자나?』
『안잡니다. 일어났어요』
『수고스럽지만 술상좀 바꿔야겠어』
다시 사무실엔 정적이 깃들고 나만 홀로 남았다. 나는 혼자다. 독불장군. 여인이란 이렇게들 독탈한 것인가? 한사나이의 마음을 이토록 무참히도 짓밟아 놓을 수가 있단말인가? 좋아、나 네년들을 죽여주마. 나 결단코 네년들을 죽여주마. 이 더러운 것이… 술상을 싸고 둘러앉은 사원들은 저마다 담배들을 붙여문채 말이없었다. 실내에는 담배연기만이 가득했고 한숨소리만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형님들, 그리고 아우님들、지난날 여러분들게서 도와주신 서으이에대해 먼저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오늘로서 여러분들과도 헤어지지않으면 안되게 되었군요. 설사헤어지지않는다 하더라도 한동안은 진통을 겪지않으면 안되게 되었습니다. 그점 이해하여 주시기바랍니다』
『이형! 우리들이 뭐라고 위로할말이 없습니다. 어떤고통과 역경이 주어지더라도 李형만은 능히 이겨나가리라고 생각했었는데…참아봅시다. 그동안 2년이 가까운 세월을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기간을 우리는 고락을 같이하며 오늘을 살아왔지 않습니까? 우리모두가 이형을 도울것입니다. 참고 밀고 나가봅시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저의뜻은 다른곳에있습니다. 혹시 다른 업체에서라도 계속 일을 하시겠다면 후원해드리겠습니다』
『이형! 참는겁니다. 이형께서 오늘을 살아온 강한 집념을 다시 한번 재현하는겁니다. 참는 것입니다』
『알았습니다. 알았어요. 여러분드르이 권고를 관철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나 일단은 한동안이나마 진통을 겪지않으면 안될것인즉 여러분들에게 밀린 체불관계는 오늘 지급하겠습니다』
<마산월남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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