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한 할머니가 있다. 이 할머니는 세속적인 잣대로 보면 참 불쌍한 분이다. 할머니는 남편과 자식을 일찍이 먼저 앞세우고, 보듬어 줄 사람 하나 없이 홀로 가난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할머니를 볼 때면 늘 행복해 보였다. 필자의 미력한 생각으론 어떻게 저렇게 행복하고 감사하며 살 수 있는지 선뜻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필자가 할머니를 방문했다. 마침 그분은 즐겁게 성가를 부르며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필자는 할머니께 뭐가 그렇게 감사하고 행복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주님이 언제나 나와 함께 계시는데 어떻게 행복하고 감사하지 않을 수 있냐”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순간 부끄러웠다. 불행하고 안타깝게만 생각했던 할머니가 필자보다 오히려 더 행복한 분이란 걸 깨달아서다. 새삼 신앙은 앎이 아니라 삶임을 체험했다. 주님에 대해 많이 알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과연 바른 신앙, 바른 믿음일까? 이 할머니처럼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삶의 중심에 주님을 모시고 사는 것이 바른 신앙이 아닐까….
신앙인들이 잘 실천하지 못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받은 은총을 지속하는 일이다. 주일미사에 참례해 풍성한 은총을 받는 우린 주님을 중심에 모시고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성당 문을 나서는 순간 잊어버리고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성경을 읽다가 항상 기뻐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며, 늘 감사하란 말을 들으면 고개가 숙여진다.
신앙인은 매일 삶 속에서 주님과 만나고, 받은 은총을 여러 이웃들과 나누며 살아야 한다. 힘들지만 이러한 실천이야말로 주님을 바라보게 하고, 은총을 식지 않도록 하며, 성령으로 충만하도록 이끌 것이니 말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우리의 삶에 더하는 것이 아니다. 그 자체가 바로 삶이다! 신앙은 하느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분과 진실하게 교제하고, 그분의 뜻에 순종하며, 그분의 사랑에 반응하는 것이다. 신앙은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하느님을 신뢰하고 믿음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 이것이 참된 신앙이다. 성당에 나가고, 성경을 잘 알고, 기도만 잘 하는 것. 이것은 단지 신앙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신앙은 삶 속에서 발휘돼야 한다.
신앙인들은 성경공부나 강론을 통해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배운다. 시련에 직면했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고, 어떤 자세로 봉사를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하지만 정작 불행한 일에 직면했을 때 그 가르침은 온 데 간 데 없고 오직 염려와 탄식만이 남는다. 하느님의 뜻을 묻고 그 뜻대로 행하기보다는 원망하고 두려워하고 절망할 뿐이다. 믿음 따로 삶 따로 움직인다. 어떤 이들은 이 같은 신앙을 ‘따로국밥 신앙’이라고 표현한다. 곧 교회 갈 때만 신앙인이고, 교회 밖에서는 신앙인답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을 기념하는 예수 부활 대축일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인 주님 부활을 경축하는 이 기쁜 날 우리도 새롭게 변화된 부활의 삶을 다짐하자. 머리로 아는 신앙이 아닌 가슴으로 체험하는 신앙인의 자세가 필요하다. ‘말씀’을 배우고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삶에서 체험하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참 신앙은 지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함에 있다. 신앙은 살아야 하는 삶이자 생명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여러분 모두 부활하신 예수님의 은총 풍성히 받으시길 기도한다.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