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저문다/ 노을이 잠긴다 / 저녁밥상에 애기가 없다’라는 김광균의 시를 배우며 우리들은 생각을 나눈다.
어린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애타는 마음이 절절이 배인 시를 읽는 학생들은 저마다 말이 많다. 자식의 밥상에 은수저를 올려놓고 한밤중에도 잠들지 못하고 바람소리에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여는 아버지의 심정, 저승길, 먼 길을 혼자 맨발로 걸어가는 자식의 환영에 가슴이 미어지는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고3 남학생들은 공감한다. 수많은 고민과 불안을 안고 사는 10대들이 스스로 목숨을 던지면 평생 싸안고 가야하는 부모들의 처참한 삶까지도.
꽃들이 일제히 피어나는 봄날에 죽음을 이야기하는 학생들의 얼굴은 심각하다. 죽음은 슬프고 안타깝다. 부활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죽음은 세상의 끝이 된다. 시인은 자식이 먼 저승길 홀로 걸어가는 모습을 ‘먼 들길을 애기가 간다/ 맨발 벗은 애기가 울면서 간다.’라고 노래한다.
가톨릭 신자여서 참 다행이며 좋다는 생각을 한 것은, 7년 전 엄마의 장례미사에서였다. 그날은 부활절 전 주 토요일이었다. 신부님은 ‘이 자매는 우리보다 한 주일 먼저 부활했습니다.’라며 강론을 시작하셨다. 그 말이 가슴에 콱 박혀 들었다. 그래, 엄마는 부활했는데, 슬퍼할 이유가 없구나. 예수님 나라에 가셨는데, 생전에 재속삼회 회원으로 늘 기도하며 영생을 꿈꾸던 엄마는 이제야 안식을 누리는데. ‘주님의 집에 가자할 때 우리는 몹시 기뻤노라’고 노래하는데…. 순간 마음에는 평화가 가득 차올라 큰 위로를 받았다. 울음도 슬픔도 멈추었다. 주님이 주신 복음이었다. 우리에겐 확실한 믿음이 있어 저승길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천상병 시인처럼 우리는 가뿐한 세상살이 소풍 즐기며, 그분 안에서 지상의 삶을 순간순간 마음껏 누리고 봄꽃처럼 활짝 부활하는 아름다운 하루하루를 보내면 되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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