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야의원들이 최근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형법 등 각종 법률에 규정된 사형을 무기징역으로 대체하는 특별법의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민주당 정대철 의원 등 여야의원 76명이 제출키로 한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은 15대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국회에 제출하는 것으로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은 15대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국회에 제출하는 것으로 사형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교회의 입장에서 크게 환영해 마지않는다. 아무쪼록 이 법이 순조롭게 국회를 통과, 대희년을 사는 우리들에게 생명의 존엄성을 되찾고 생명의 문화를 새롭게 꽃 피우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동안 교회는 주교회의 정평위를 비롯한 많은 기관, 단체에서 사형제도의 부당성을 끈질기게 알려 왔다. 사형제도의 존치가 결코 사형제도 폐지 반대론자들의 주장대로 범죄예방에 결코 도움을 주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죽음의 문화를 부추겨 흉악범죄를 더욱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물론 사형제도는 하느님께서 부여한 천부적 인권을 인간 스스로 유린하느 결과이자 하느님에 대한 횡포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 아닌가? 이런 점에서 여야의원들이 나서서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안을 제출키로 한 것은 늦은 감이 있으나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40여명의 사형수가 언제일지 모르는 불안속에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 중에는 범죄 후 죄를 깊이 통회하며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도 많다. 그러나 죄를 지었으니 마땅히 죄 값을 치르라는 제도적 살인에 의해 형장의 이슬로 그들을 보내버린다면 우리와 사형수들은 별반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물론 우리나라에는 아직 사형제도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죄를 뉘우치며 통회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형수들을 가까이서 접해본 사람이라면 사형만이 능사가 아님을 금방 알 수 있는 노릇이다.
살인을 저지른 흉악범을 호도할 생각은 없으나 흉악범들의 대부분은 즉흥적이거나 격정적인 심리상태에서 범죄를 실행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또 범죄를 사전에 계획한 경우라 할지라도 사형제도라는 위협 때문에 범죄가 억제되지 않는다는 결과들이 여러 조사결과로 밝혀지고 있다.
단적으로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서 사형제도를 폐지한 국가보다 흉악범죄가 줄어든다는 통계는 없으며 오히려 그 반대의 통계가 나타나고 있음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차제에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에서 사형제도 폐지의 용단이 내려질 수 있길 기대한다.
소위 문민정부라 자랑하던 김영삼정부가 지난 97년 12월 30일, 23명의 사형수를 순식간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한 사건을 기억한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48년부터 지난달 현재까지 사형제도로 인해 교수대에서 죽은 사람이 902명에 달한다고 한다. 한때 김대중 대통령도 무고한 사형선고로 위기를 넘긴 만큼 이제 그런 제도로 인해 인간의 생명을 인간 스스로 빼앗는 어리석음은 벗어나야 할 것이다. 국민의 정부에 큰 기대를 걸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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